인공지능(AI) 딥보이스 기술까지 동원되며 날로 교묘해지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통신사가 ‘목소리 FINGERPRINT’라는 칼을 빼 들었다. AI가 실제 범죄자의 목소리를 기억했다가 통화 중에 일치하는 음성이 감지되면 즉시 경고를 보내는 방식이다.

LG유플러스는 AI 통화 서비스 ‘익시오(ixi-O)’의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에 실제 사기범의 성문(목소리 지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ICT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 승인을 받았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실증특례는 보이스피싱과의 전쟁에서 새로운 국면을 여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기존의 탐지 기술은 통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텍스트로 변환한 뒤 ‘검찰’ ‘대출’ ‘자녀 납치’ 등 특정 키워드나 대화의 패턴을 분석하는 방식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지능적인 사기범들이 의심 키워드를 교묘히 피해 가면 탐지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익시오는 한 단계 더 나아가 화자의 ‘목소리’ 자체를 분석한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승인을 통해 개인정보위의 검토를 거쳐 확보한 실제 보이스피싱범들의 성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사진=LG유플러스
사진=LG유플러스

새로운 방식은 이렇다. 이용자가 의심스러운 전화를 받으면 익시오 AI가 통화 중인 상대방의 음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범죄자의 성문 정보와 유사도를 비교한다. 만약 성문 정보가 일정 수준 이상 일치하면 즉시 이용자의 스마트폰에 ‘보이스피싱 위험’ 알림을 보내 피해를 원천적으로 예방하는 구조다.

이는 보이스피싱 대응 패러다임이 ‘무엇을 말하는가(What)’에서 ‘누가 말하는가(Who)’로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 AI 기술을 악용해 자녀나 지인의 목소리를 똑같이 복제하는 딥보이스 피싱이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성문 분석 기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이미 AI를 활용해 조작된 음성을 탐지하는 ‘안티딥보이스’ 기능을 도입하고 경찰청 금융사 등과 데이터를 공유하는 등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이번 실증특례를 계기로 기존 텍스트 분석과 새로운 성문 비교 기술을 결합한 복합 탐지 모델을 안드로이드와 iOS 버전 익시오에 모두 탑재해 탐지율과 안정성을 대폭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최윤호 LG유플러스 AI Agent추진그룹장(상무)은 “이번 실증특례 지정은 익시오의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을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라며 “앞으로도 모든 고객이 보이스피싱 걱정 없이 안전하게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