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정책이 무역·금융 시장에 대한 압박, 그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를 통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과 물가에 동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올해 한국 성장률을 0.45%포인트(p), 내년에는 0.60%p 낮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추석 선물을 고르고 있다. 고물가와 불황이 지속하면서 대형마트에서는 5만원 미만 가성비 선물 세트 매출 비중이 최대 80%를 웃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추석 선물을 고르고 있다. 고물가와 불황이 지속하면서 대형마트에서는 5만원 미만 가성비 선물 세트 매출 비중이 최대 80%를 웃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은은 11일 공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미 관세 정책의 파급 효과를 ▲무역 ▲금융 ▲불확실성 등 세 가지 경로로 나눠 점검했다.

경로별 성장률 하락 폭은 올해 각각 ▲무역 -0.23%p ▲금융 -0.09%p ▲불확실성 -0.13%p로 추정됐다. 내년엔 하락 폭이 커져 ▲무역 -0.34%p ▲금융 -0.10%p ▲불확실성 -0.16%p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무역 경로에서는 관세 부과로 수출 비용이 오르고 미국 내 수요가 줄어 대미 수출이 축소된다. 특히 대미 수출 비중이 크고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철강·자동차부품·기계 품목의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됐다. 금융 경로에서는 미국 물가 상승에 따른 긴축 기조가 이어져 국내외 금융 여건 개선이 늦춰지며, 불확실성 경로는 기업과 가계의 투자·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물가 역시 관세 정책의 영향을 받는다. 한은은 수요 위축, 원자재 가격 하락 효과가 공급망 교란, 원화 약세 등 상승 요인을 상쇄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올해 0.15%p, 내년 0.25%p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올해 상반기까지 미국 기업의 재고 축적과 대미 선수출 효과, 기업의 관세 부담 분담 등으로 영향이 제한적이었으나 앞으로는 그 영향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관세 부담이 점차 소비자에게 전가돼 미국의 수입 부진이 나타나고, 이는 한국의 수출·산업생산 둔화로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관세와 함께 논의되는 '대미 투자펀드'가 국내 산업 공동화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며 "고용 위축과 인재 유출까지 나타날 수 있어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