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거래소의 대명사 업비트가 스스로의 성공 공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9일 막을 내린 ‘업비트 D 컨퍼런스(UDC) 2025’를 통해 단순한 거래 중개자를 넘어 미래 금융의 판을 짜는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그 중심에는 한국의 미학을 담은 자체 블록체인 ‘기와(GIWA)’가 있다.

두나무는 제8회 UDC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10일 밝혔다. ‘블록체인 산업의 중심으로’라는 주제에 걸맞게 59명의 글로벌 연사와 1200명이 넘는 참관객이 현장을 가득 메웠고 온라인 영상 조회수는 23만회를 기록하며 국내 최대 블록체인 행사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올해 UDC의 진정한 의미는 화려한 규모가 아닌 두나무가 제시한 비전의 무게에 있었다.

행사의 포문을 연 오경석 두나무 대표는 디지털자산이 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임을 역설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블록체인과 현실 금융을 연결하는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이 널리 퍼지게 되면 이를 지원하기 위한 체인 월렛과 같은 블록체인 인프라가 대중에 퍼질 것이고 이를 통해 지급결제 자산관리 자본시장 등 기존의 금융 서비스가 웹3 기반의 서비스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발언은 업비트의 미래가 어디를 향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는 현재의 사업 모델을 넘어 블록체인 시대의 금융 활동이 일어나는 ‘땅’과 ‘도로’를 직접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오 대표는 “이제는 돈이 아니라 신뢰를 설계하는 시대가 됐고 두나무는 그 신뢰의 레이어 위에 미래의 금융 인프라를 만들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 비전의 실체가 바로 이날 공개된 자체 블록체인 ‘기와체인(GIWA Chain)’과 ‘기와월렛(GIWA wallet)’이다. ‘웹3 접근을 위한 글로벌 인프라(Global Infrastructure for Web3 Access)’의 약자인 기와는 겹겹이 쌓여 집을 보호하는 지붕처럼 블록체인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철학을 담았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한국적 가치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오경석 대표는 “미래의 금융은 한국에서 시작할 수 있으며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로 나아가는 K-금융을 두나무가 만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회사 제공
사진=회사 제공

두나무의 이러한 야심 찬 비전은 이날 행사에 참여한 글로벌 리더들의 발언을 통해 더욱 힘을 얻었다. 특별 대담 연사로 나선 에릭 트럼프 트럼프오거니제이션 총괄 부사장은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관료들은 안전 제일주의를 내세우는 데 주저하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뒤처질 것”이라며 과감한 정책적 결단을 촉구했다.

미국의 디지털자산 규제 법안 ‘FIT21’을 설계한 패트릭 맥헨리 전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의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디지털자산은 이미 주류라는 사실을 정부가 인정하고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며 “소비자를 보호하지도 못하면서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특히 오경석 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변화하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한국이 '황금 같은 기회'를 앞두고 있다”면서 “느린 길을 간다면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UDC 2025는 두나무가 K-블록체인의 깃발을 들고 글로벌 인프라 전쟁에 본격적으로 참전함을 알리는 장이었다. 이더리움재단 테더 리플랩스 등 세계적인 블록체인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래를 논하는 가운데 한국의 대표주자 두나무가 제시한 ‘기와’라는 청사진이 과연 세계 시장에서 K-금융의 단단한 지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