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달 플랫폼 1위 배달의민족과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1위 유튜브가 손을 잡았다. 음식 배달과 콘텐츠 소비라는 각 영역의 최강자들이 만나 새로운 구독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거대한 실험의 서막이 올랐다. 이는 단순히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배달업계의 경쟁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전략적 동맹의 출현을 의미한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오는 9월 24일 유튜브 프리미엄과 자사 구독 서비스 배민클럽을 결합한 제휴 상품을 공식 출시한다고 10일 발표했다. 이날부터 배민 앱을 통해 티저 광고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가입자 확보전에 나섰다.
이번 제휴 상품의 핵심은 파격적인 가격 경쟁력이다. 상시 프로모션이 적용된 월 구독료는 13990원으로 책정됐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개별 구독할 때의 비용보다 저렴한 가격에 배민클럽의 무료 배달 혜택까지 누릴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배민은 11월 말까지 추가 프로모션을 통해 시장 선점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배민클럽에 한 번도 가입한 적 없는 신규 고객은 첫 달 899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두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으며 기존에 가입 이력이 있는 재가입자에게도 첫 달 9990원의 혜택을 제공한다.
이러한 전례 없는 동맹의 탄생은 배달 시장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무료 배달’이 보편화된 지금 배달 플랫폼 간의 경쟁은 이제 누가 더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를 발휘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의 싸움으로 전환됐다.
특히 이번 배민과 유튜브의 연합은 강력한 경쟁자 쿠팡이츠를 정조준한 명백한 견제구로 분석된다. 쿠팡은 ‘와우 멤버십’ 하나로 쿠팡이츠 무료 배달은 물론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와 로켓배송까지 제공하는 막강한 ‘왕국’을 구축했다. 자체적인 콘텐츠 역량이 없는 배민으로서는 쿠팡의 올인원 서비스에 맞서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고 그 해답을 외부 최강자와의 ‘동맹’에서 찾은 것이다.
배민의 이러한 ‘연합군’ 전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배민은 앞서 지난 6월 토종 OTT 강자 티빙과 제휴 상품을 출시하며 구독 생태계 확장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여기에 최근에는 신한카드와 손잡고 ‘밥친구 제휴카드’를 선보여 배민클럽 구독료 전액을 돌려주는 금융사와의 협업 모델까지 구축했다. OTT와 영상 플랫폼을 넘어 금융까지 아우르는 개방형 동맹을 통해 쿠팡의 폐쇄형 왕국에 대항하는 구도다.
배민이 파트너로 유튜브를 선택한 것은 철저한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다. 배민이 지난달 공개한 ‘혼밥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혼자 밥을 먹을 때 TV나 OTT 등 영상을 보며 먹는다는 응답이 91%에 달했다. 배달 음식을 소비하는 행위와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는 행위가 거의 동시에 일어나는 라이프스타일을 정확히 간파한 것이다. 고객에게 단순히 두 가지 서비스를 싸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배달 음식과 함께 즐기는 영상’이라는 완벽한 경험을 패키지로 파는 전략이다.

우아한형제들 이기호 그로스부문장은 “이번 제휴로 배민의 무료배달과 광고 없는 유튜브 시청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게 됐다”며 “지속해서 배민클럽 제휴처를 늘려 고객이 만족할 만한 혜택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배민클럽은 이제 단순히 배달팁을 아껴주는 서비스를 넘어 고객의 일상 곳곳에 파고드는 라이프스타일 구독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선언했다.
배민은 제휴 상품 출시를 기념해 사전 이벤트도 진행한다. 앱 내 이벤트 페이지에 ‘최애 유튜브 콘텐츠’를 댓글로 남기면 추첨을 통해 1등 1명에게 배민 1만원 쿠폰 100장을 증정하는 등 대규모 프로모션으로 초기 가입자 몰이에 나선다.
배민-유튜브 동맹의 출현으로 국내 구독 시장의 경쟁은 한층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한 기업이 모든 것을 소유하는 ‘왕국’의 시대에 맞서 각 분야의 강자들이 손을 잡는 ‘동맹’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했다. 소비자의 시간을 점유하기 위한 거인들의 합종연횡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시장의 모든 눈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