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커머스(C커머스) 기업이 허위광고와 유해 물질 검출 등 잇따른 논란에도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지난달 쿠팡에 이어 종합 몰 월간 활성 이용자 수 2위를 차지하며 한국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는 중이다.
성장세에 힘입어 이들 기업은 한국 기업과의 합작법인 설립부터 물류센터 확보까지 한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어, 향후 시장 내 점유율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C커머스, 끊이지 않는 논란

9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29일 알리익스프레스에 전자상거래법과 표시광고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억93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알리익스프레스의 계열사로 사이버몰에 입점한 오션스카이와 MICTW(엠아이씨티더블유)는 2023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한국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하며 7500여 차례 거짓·과장 광고한 혐의를 받는다. 두 업체는 실제 판매한 적 없는 가격을 정가로 표기해, 할인한 것처럼 광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 측은 이에 대해 “상품의 할인 전 가격과 할인율에 관한 소비자 오인성을 유발하는 행위”라며 “상품의 실질적 할인율이나 경제적 이득을 실제보다 과장해 인식하게 해 합리적인 구매 선택을 왜곡시키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공정위는 알리익스프레스에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과태료 200만원을 부과했다. 먼저, 알리코리아는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상품 전문관인 ‘K-Venue(케이베뉴)’를 운영하면서 입점 판매자와 관련한 신원정보 확인 의무 등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알리익스프레스 운영자인 알리바바 싱가포르는 ▲상호 ▲대표자 성명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와 같은 신원정보와 사이버몰 이용약관을 사이트 초기화면에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함께 C커머스 대표 주자로 불리는 테무 역시 지난 6월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5700만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당시 테무는 2023년 9월부터 최근까지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딧이나 상품 등을 주는 행사를 진행하며 세부 규칙을 소비자가 알기 어렵게 표시한 혐의를 받았다.
C커머스를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시가 해외 온라인 플랫폼을 상대로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안전성 검사 결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에서 판매되는 상품에서 기준치를 웃도는 유해 물질이 꾸준히 검출된 바 있다.
특히 최근에는 K문화의 인기와 함께 ‘위조품’ 유통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 등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7개 국내 브랜드의 20개 제품을 점검한 결과, 15개 제품이 ‘위조’ 판정을 받았다. 검사 제품은 정상가 대비 45~97%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는 티셔츠 6종, 수영복 3종, 잡화 3종, 어린이 완구 8종이다.
또한, 해당 사이트들에서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징어게임’ 등 최근 유행하는 콘텐츠에 대한 불법 굿즈도 대량으로 판매되고 있다.
잇따른 잡음에도 인기 ‘쑥’

놀라운 점은 이들 기업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 상황에서도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 조사 결과,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920만명으로 쿠팡(3421만6681명)에 이어 종합 몰 중 2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테무의 이용자 수도 812만2000여명으로 3위를 기록했다. 특히 테무의 경우 여름휴가 등의 영향으로 11번가, GS샵, 옥션 등의 이용자 수가 감소한 와중에 전월 대비 8% 증가하며, 상위 8개 종합 몰 중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다.
높은 인기에 힘입어 결제 추정액 규모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발 해외 직구 금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6% 증가한 2조686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들 플랫폼의 높은 인기의 비결은 ‘가격 경쟁력’이라고 분석한다. 지난해 사단법인 소비자시민모임이 공개한 ‘소비자리포트’에 따르면 전국 만 18세 이상 소비자 가운데 최근 1년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500명에게 전반적 만족도를 물은 결과, ‘만족한다’라는 응답 비율은 41.8%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상품 가격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이 80.8%로 가장 높았으며, 배송 안내(32.2%), 배송 상태(25.4%), 배송 기간(24.0%)이 뒤를 이었다.
신세계-알리 합작법인 이달 중 출범 예정

이렇듯 한국 시장에서의 높은 인기에 향후 C커머스의 한국 진출에는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최근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단연 알리익스프레스다.
지난 3월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유한회사’로 대표 상호를 지정하며 한국 기업으로의 등록을 마친 알리익스프레스는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인 G마켓과의 합작법인 승인을 앞두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는 G마켓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아폴로코리아가 알리바바 계열사인 그랜드오푸스홀딩 주식 50%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신고한 바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 기업의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공정위 심사는 이달 중 마무리될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공정위가 이달 중 최종 결론을 낸다면, 알리익스프레스는 올 하반기부터 그동안 국내에서 오랜 시간 영업하며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도를 확보해 온 G마켓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더욱 높여갈 것이라고 보인다. 아울러 한국 유통 대기업인 신세계와 합작법인을 세운 것이니만큼, 상품에 대한 리스크 관리도 더욱 철저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테무와 징동닷컴 등 여타 C커머스 플랫폼도 국내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징동닷컴은 지난 5월 물류 자회사 징동로지스틱스의 한국법인인 징동코리아를 통해 국내 물류센터 운영에 돌입했다. 테무도 올해 상반기 한국 상품을 직접 유통하는 L2L(로컬 투 로컬) 사업 모델을 도입한 한편, 경기도 김포시 인근에 대형 물류센터를 확보한 바 있다.
잇따른 논란에도 ‘낮은 가격’을 앞세워 한국 시장의 점유율을 점차 높이고 있는 C커머스의 행보가 국내 유통시장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