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허위로 고지하는 등 기만적인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한 컴투스홀딩스 코스모스엔터테인먼트 아이톡시 등 3개 게임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22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8일 밝혔다.
비록 과태료 액수는 크지 않지만 게임 업계에 만연한 정보 비대칭 구조와 불투명한 상술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다. 특히 존재하지도 않는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것처럼 확률표를 꾸미고 성능이 같은 아이템을 다른 것처럼 속여 파는 등 이용자를 기만한 구체적인 행태가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다.

무슨 일?
공정위 조사 결과 컴투스홀딩스는 자사가 서비스하는 인기 게임 ‘소울 스트라이크’와 ‘제노니아’에서 이용자들을 속였다. 게임 내 재화를 통해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암시장에서 최고 등급인 신화 등급 아이템이 실제로는 레벨 3부터 획득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화면에는 레벨 4부터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안내했다.
이용자로 하여금 불필요하게 더 높은 레벨에 도달하도록 유도하거나 해당 아이템 획득을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쓰게 만들 수 있는 기만 행위다.
‘제노니아’에서는 장비 능력치를 강화하는 재련석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거짓으로 알렸다. ‘빛나는 재련석’이라는 아이템이 ‘일반 재련석’보다 더 높은 확률로 좋은 능력치를 제공하는 것처럼 광고했지만 실제 내부적으로 설정된 두 아이템의 능력치 부여 확률은 동일했다.
더 비싼 가격이나 희소성을 가진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의 기대를 악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 했다는 비판이다. 심지어 ‘소울 스트라이크’에서 판매한 ‘광고 영구제거 패키지’ 상품은 구매 시 게임 내 모든 광고가 사라진다고 안내했지만 실제로는 접속 시 노출되는 팝업 광고가 그대로 유지되는 등 상품 설명과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컴투스홀딩스에 과태료 750만원을 부과했다.
가장 많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코스모스엔터테인먼트의 행태는 더욱 노골적이었다. ‘온라인 삼국지2’에서 특정 서버인 ‘북벌 서버’에서는 구조적으로 획득이 불가능한 성장상자 등 7개의 보상 아이템을 마치 모든 서버에서 얻을 수 있는 것처럼 허위 광고했다.
특정 캐릭터를 처치했을 때 얻는 보상 아이템 역시 일부 서버에서만 제공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이용자들의 혼란과 박탈감을 키웠다. 나아가 ‘VIP 적용문서(1일)’라는 유료 아이템의 핵심 혜택 중 하나였던 ‘가속단 버프’ 효과를 슬그머니 삭제하고도 이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판매를 계속하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모바일 게임 전문 업체 아이톡시는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됐다. 이 회사는 ‘슈퍼걸스대전’ 게임에서 최상위 등급 캐릭터를 확정적으로 소환할 수 있는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제공하면서 목록에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캐릭터 10종을 포함시켰다. 이용자들은 총 29개의 캐릭터 중 하나를 얻을 수 있다고 믿고 비용을 지불했지만 실제로는 획득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10개의 ‘유령 아이템’이 포함된 셈이었다. 이는 확률형 아이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소비자 기만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들이 모두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금지하는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하거나 소비자와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판단했다.

논란의 자충수
이번 제재는 국내 게임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깜깜이’ 과금 유도 관행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감시 의지를 잘 보여준다.
실제로 확률형 아이템은 국내 게임사들의 주된 수익원이지만 그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이용자들은 항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소비를 강요받아왔다. 그리고 게임사는 모든 확률과 데이터를 쥐고 있는 절대적 정보 우위의 입장에서 이용자들의 심리를 자극해 막대한 이익을 거둬왔고 이 과정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은 극대화됐다.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월 넥슨코리아의 ‘메이플스토리’와 ‘버블파이터’의 확률 조작 행위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인 1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업계에 큰 충격을 던진 바 있다. 당시 넥슨은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특정 옵션이 나올 확률을 의도적으로 낮추거나 0으로 변경하고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반복되는 게임사들의 기만 행위는 결국 산업 전체의 신뢰를 갉아먹는 자충수가 되고 있다. 이용자들은 더 이상 게임사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으며 ‘트럭 시위’와 같은 집단행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 역시 이러한 여론을 반영해 올해 3월부터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시행하는 등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사의 주요 수익원이자 소비자 불만이 집중되는 영역”이라며 “이번 조치를 통해 게임사와 이용자 간의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도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벌어지는 기만적 상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반 행위 확인 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