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미래 성장 전략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AI 드리븐 컴퍼니’를 선언하며 전사적 AI 전환에 나섰고, LG는 냉난방공조(HVAC)와 전장(VS)을 축으로 기업간거래(B2B)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 “AI 드리븐 컴퍼니 도약”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사장은 4일(현지시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30년까지 전 업무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해 ‘AI 드리븐 컴퍼니’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AI 대중화와 업무 효율화를 동시에 추진해 본격적인 혁신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4월 직무대행으로 선임된 이후 DX부문장으로서 처음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도전적인 경영 환경 속에서 막중한 책임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면서도 “삼성의 가능성과 저력을 다시 한번 증명하기 위해 전 임직원과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안으로는 4억 대 이상의 갤럭시 기기에 AI 기능을 탑재해 대중화에 속도를 내고, TV와 생활가전에서도 전통적 기능을 넘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맞춤형 AI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구글 등 전략 파트너사와 협력을 확대하고, 다양한 AI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다.
그는 “삼성전자는 반세기가 넘는 역사 속에서 TV, 가전, 모바일까지 지금보다 더 척박한 환경을 딛고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 거듭난 저력을 가지고 있다”며 “혁신의 DNA를 바탕으로 AI 홈 역시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현실화하며 글로벌 선구자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업무 효율화와 관련해서는 “전사 업무의 90%에 AI를 적용해 현장에서 AI가 직접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인력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닌, 업무 효율과 성과 극대화를 위해 AI를 상시적으로 활용하는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신제품 계획도 내놨다. 그는 “갤럭시 트라이폴드는 개발 막바지 단계에 있으며, 올해 안에 출시할 것”이라며 “프로젝트명 ‘무한’으로 불리는 확장현실(XR) 기기도 가까운 시일 내 한국 시장에서 먼저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AI가 전례 없는 속도로 산업 전반을 바꾸고 있는 지금, 삼성전자는 이를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삼아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회사’, ‘AI로 일하고 성장하는 회사’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LG전자 “HVAC·VS로 B2B 강화 속도”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HVAC와 VS를 축으로 한 B2B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조 CEO는 지난 5일(현지시간) IFA 2025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국의 관세 장벽과 유럽 수요 둔화 속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구상을 전했다. 그는 “질적 성장 영역은 중국의 추격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며 “이 분야에 드라이브를 건다면 LG전자의 포트폴리오가 한층 건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HVAC 사업에서는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냉각 솔루션을 연이어 공급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에 건설될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수주에 성공했다.
조 CEO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칠러뿐 아니라 전체 냉각 솔루션까지 포함하면 조 단위 규모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사우스 시장 공략도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장 부문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LG전자 전장 사업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분야에서 7~8%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이라고 설명했다.
항공우주 분야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조 CEO는 “LG전자는 텔레매틱스 분야에서 세계 1위 지위를 확보했고, 통신 관련 표준특허 역시 글로벌 최상위권”이라며 “LG이노텍 등 그룹사와 협력해 사업화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마이크로 RGB(적·녹·청) TV’와 관련해서는 “LG전자도 내년 초 출시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K가전 “150兆 시장 선점 나선다”

유럽은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북미와 함께 최대 프리미엄 시장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유럽 가전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150조 원에 달하며 2030년까지 연평균 4.1% 성장이 예상된다.
LG전자는 “유럽 가전 시장에서 매출을 5년 내 2배로 키워 확고한 유럽 1위 가전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기업간거래(B2B), 소비자 대상 직접판매(D2C), 소프트웨어·서비스(Non-HW) 등 신성장 사업에 속도를 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역시 AI 기반 프리미엄 기기와 스마트홈 솔루션을 앞세워 시장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유럽 무대는 단순한 판매 시장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 위상을 증명하는 시험대다. 삼성전자는 AI 전환으로 기술 패러다임을 선점하고, LG는 B2B와 프리미엄 제품군을 통해 안정적 성장 기반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김철기 삼성전자 DA사업부장(부사장)은 “향후 3년 내 전 세계 가정에 10억 대 이상의 AI 기기가 확산될 것”이라며 “삼성의 AI 홈 경험은 빠른 속도로 고객 일상에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