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면 개편하며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호정 대표이사와 최성환 사업총괄사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진이 재무 구조 혁신과 조직문화 개선을 병행하며 ‘AI 컴퍼니’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순차입금 제로(0)’라는 파격적인 목표를 제시하며 재무 건전성 확보에 나섰다. 그리고 최 사장은 글로벌 AI 리더들과의 연이은 만남을 통해 회사의 AI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전략적 움직임은 SK네트웍스가 전통적인 사업 구조를 탈피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호정 SK네트웍스 대표이사(왼쪽)가 28일 열린 '구성원이 묻고 리더가 답하다' 소통 행사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SK네트웍스
이호정 SK네트웍스 대표이사(왼쪽)가 28일 열린 '구성원이 묻고 리더가 답하다' 소통 행사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SK네트웍스

이호정 대표, '순차입금 제로'로 재무 혁신에 속도를 내다
AI 기업으로의 변신을 위해서는 재무적 안정성이 필수적이다. 

이호정 SK네트웍스 대표이사가 움직이고 있다. 최근 구성원들과의 소통 자리에서 '순차입금 제로' 수준의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확보하겠다고 선언한 장면이 눈길을 끈다. 

순차입금은 이자를 내야 하는 부채에서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값으로, 기업의 실질적인 재무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대표의 이러한 목표 제시는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투자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 대표는 순차입금 제로 목표와 더불어 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기존 사업 모델의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는 SK네트웍스가 기존 사업을 단순히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겠다는 전략적 방향을 보여준다.

회사 관계자는 "이 대표의 순차입금 제로 언급은 구체적인 시점을 확정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SK네트웍스가 나아가야 할 큰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라며 "자산 매각과 같은 단기적인 방안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의 체질을 개선하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최성환 사장이 에릭 트럼프를 만나고 있다. 사진=SNS 갈무리
최성환 사장이 에릭 트럼프를 만나고 있다. 사진=SNS 갈무리

최성환 사장, 글로벌 AI 네트워킹의 최전선에 서다
SK네트웍스의 AI 전략은 최성환 사업총괄사장의 활발한 대외 행보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호정 대표가 AI 전환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며 신사업의 기초체력을 키운다면, 최 사장은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액션플랜에 나서는 분위기다.

최근 최 사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남인 에릭 트럼프를 만나 글로벌 경제, AI 산업, 그리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사업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나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번 만남은 단순히 사적인 교류를 넘어 SK네트웍스가 글로벌 AI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최 사장의 글로벌 리더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3년에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국내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단독 미팅을 가졌다. 지난 5월에는 리시 수낵 영국 전 총리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그는 꾸준히 AI 및 기술 분야의 세계적인 인사들과 교류하며 SK네트웍스의 AI 사업 방향성을 모색해왔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최 사장과 에릭 트럼프가 아시아 시장에서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라며, "이러한 활발한 교류 행보가 SK네트웍스가 AI 기업으로 나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진=SK네트웍스
사진=SK네트웍스

재무·AI 전문가 영입, 체질 개선에 속도
현재 SK네트웍스는 AI 전환과 재무 구조 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사외이사 구성에도 변화를 주었다. 특히, 재무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석우 교수의 후임으로 장근배 한동대 교수를 새로 영입했다. 장근배 교수는 한국델파이, 이베이코리아, 두산밥캣 등 다양한 기업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재무 전문가다.

재무 전문가 영입은 SK네트웍스가 비주력 사업 매각과 AI 투자 재원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회사는 한층 안정화된 재무 구조를 바탕으로 미래 성장을 위한 AI 기반 사업모델 전환을 가속화하고, 주주와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높여갈 계획이다.

한편 SK네트웍스는 재무와 AI 중심의 사업 혁신과 함께 조직문화 혁신에도 힘쓰고 있다.

당장 이호정 대표는 "회사의 방향성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제도와 문화를 지속해서 개선해 구성원들이 자부심과 소속감을 느끼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SK그룹 차원의 인재 중심 경영 기조와도 맥을 같이한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이천포럼 2025'에서 "SKMS(경영관리 시스템)는 사회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을 동시에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여세를 몰아 매달 'SKMS 데이 커넥트 타임'을 통해 임직원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는 재무 안정화와 AI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기대도 크다. 한승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K네트웍스는 기존 사업에 AI 기술을 접목하고 AI 관련 신규 사업 모델 확장과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며, "비록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따라 일회성 비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우호적인 사업 환경과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으로 재무 상태를 준수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AI 중심 사업 개편 효과가 가시화되면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