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급등 하루 만에 공급 과잉에 대한 공포로 급격히 얼어붙었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시장의 예상을 깨고 추가 증산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가는 2% 넘게 급락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62달러(2.47%) 떨어진 배럴당 63.9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역시 1.54달러(2.23%) 하락한 배럴당 67.60달러를 기록하며 동반 약세를 보였다.

시장을 뒤흔든 것은 OPEC+의 예상 밖 행보였다.

주요 외신들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OPEC+ 회원국 중 8개국이 오는 7일 열리는 회의에서 10월 이후의 추가 증산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장 점유율을 되찾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풀이된다.

만약 추가 증산이 결정되면 이는 하루 165만배럴에 달하는 2차 감산 조치를 예정보다 1년 이상 앞당겨 해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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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는 이미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생산량을 하루 약 220만배럴 늘리기로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일부 회원국의 생산 차질 등으로 실제 증산량은 목표에 미치지 못했던 터라 이번 추가 증산 카드는 시장에 상당한 물량 부담으로 작용했다. 프라이스 퓨처스의 필 플린 선임 분석가는 "시장 참가자들은 기존 방침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회의를 앞두고 증산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시장의 놀라움을 전했다.

여기에 미국발 경기 둔화 우려가 기름을 부었다.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7월 구인건수는 718만1000건으로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노동 시장의 열기가 식고 있음을 시사했다. 곧 석유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며 유가에 강력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OPEC+의 증산이 현실화될 경우 내년까지 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SEB은행의 올레 후발바이 분석가는 "만약 새로운 쿼터에 맞춰 증산이 이루어진다면 2025년 9월부터 2026년까지 상당한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