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판교 테크노밸리 중심부에 들어선 한화 ‘연구개발(R&D) 캠퍼스’. 그룹 주요 제조 계열사의 연구 인력이 모인 기술 거점이다. 인공지능(AI) 보안과 반도체, 우주·에너지 분야까지 아우르며 한화그룹의 미래 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다.
AI 경쟁력으로 보안 시장 ‘정조준’

판교 R&D 캠퍼스에는 한화비전을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세미텍, 한화파워시스템, 비전넥스트 등 그룹 주요 제조 계열사가 집결해 있다. 이곳은 각종 신기술이 탄생하는 공간으로 단순한 연구소를 넘어 계열사들의 R&D 역량을 집약해 시너지를 내는 공간이다.
한화비전은 캠퍼스 내 마련한 체험관을 통해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도시·리테일·공장·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에 특화된 AI 기반 솔루션부터 회사의 확장된 포트폴리오와 전략 방향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체험관에서는 카메라와 IoT 센서로 수집한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산업별 맞춤형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한화비전의 AI 보안 솔루션을 체험할 수 있는 CCTV 화면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시스템은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연령대를 구분하고,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경고 알림을 띄운다.

전시장에 전시된 제품군은 전통적인 CCTV 이미지와는 확연히 달랐다. 파노라믹 카메라는 네 개의 렌즈를 사용해 끊김없는 영상을 구현했고, 8K 고해상도 카메라는 먼 거리에서도 표정을 식별할 정도의 선명도를 자랑했다. 역광 보정(WDR), 저조도·왜곡 보정 등 영상 품질 향상 기술도 확인할 수 있었다.
차세대 칩셋 ‘와이즈넷9’도 공개됐다. 듀얼 신경망처리장치(NPU) 기술이 적용된 이 칩셋은 저조도나 역광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선명한 화질을 제공하며, 고도화된 AI 영상 분석 기능을 구현한다.

AI 기반 CCTV 확산으로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화비전은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일반 화면에는 얼굴 등이 자동 마스킹 처리되지만, 권한자는 필요 시 원본 영상을 복원해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화비전 관계자는 “글로벌 물류 기업과 도시 인프라 프로젝트 등 다양한 현장에서 AI CCTV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며 “자체 개발한 AI 칩셋과 알고리즘 기반의 객체 분류 기술은 해외 시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 전략 핵심…AI 시장 선도

한화비전은 보안 카메라 기업이라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AI·데이터 분석 중심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는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디지털 전환과 맞물려, 방산·에너지·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영역을 연결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회사는 물류 솔루션과 공장 안전 솔루션 등 AI 기반 영상 솔루션 판매 확대를 통해 AI 카메라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공개한 차세대 AI 칩셋 와이즈넷9 기반의 제품군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한화비전 관계자는 “정부의 ‘AI 세계 3대 강국 도약’ 흐름에 발맞춰 지속적 기술 혁신을 통한 다양한 솔루션 개발로 산업 전반의 인공지능 전환(AX)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교 캠퍼스는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의 기술 융합을 현실화하는 무대로 그룹 차원의 미래 전략과도 직결된다. 이는 단순한 계열사 협업을 넘어, 그룹 전체가 ‘하나의 기술 기업’으로 진화하는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0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직접 이곳을 찾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김 회장은 “끊임없는 파격과 혁신으로 세계 기술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며 “혁신기술 만이 미래를 여는 유일한 열쇠”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장 방명록에는 ‘더 나은 첨단기술의 미래, 한화가 만들어갑시다’라는 문구를 남겨 미래 기술 개발의 주역이 돼 줄 것을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