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파는 사람은 심리를 알고 있다 | 오치 케이타 지음, 최지현 옮김, 동양북스 펴냄.
잘 파는 사람은 심리를 알고 있다 | 오치 케이타 지음, 최지현 옮김, 동양북스 펴냄.

<잘 파는 사람은 심리를 알고 있다> 오치 케이타 지음, 최지현 옮김, 동양북스 펴냄.

잘 팔리는 상품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소비자의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잘 파악하는 마케터만이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 범죄심리학자인 저자는 소비자 구매 행동의 숨은 ‘이유’가 무의식과 감정, 사회적 욕망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심리학의 관점에서 소비자의 ‘WHY’를 분석하고 마케터의 ‘HOW’로 연결한다. ‘구매’라는 단순한 행위를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충동으로 해석하여, 마케터가 반드시 이해해야 할 감정의 흐름과 판단의 논리를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설명해준다.

▲식욕을 돋우는 사진의 비법

일본의 공적 금융기관 일본정책금융공고(JFC)는 음식점 업주들을 위해 음식이 맛있어 보이게 사진 찍는 노하우를 설명하면서 관련된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다양한 음식 상차림 사진들을 두고 설문 조사한 결과, 사람들은 음식만 있는 사진보다는 젓가락과 술까지 곁들여진 사진이 가장 맛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소비자는 그 사진을 보면서 ‘그 음식을 먹고 있는 장면’을 더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를 ‘멘탈 시뮬레이션 효과’라고 한다. 

멘탈 시뮬레이션이 제대로 이뤄지면 실제로 그 음식을 먹고 있다는 생각을 쉽게 떠올리게 된다. 그에 따라 미각, 후각, 촉각도 자극된다. 더불어 과거에 그 음식을 먹은 경험까지도 떠오를 수 있다. 이는 음식뿐 아니라 다른 상품들에도 작용한다. 조명, 밝기, 방향, 사진의 크기, 옆에 놓인 소품, 소품의 방향 등이 제품에 대한 평가와 이미지, 구매 의사에 영향을 준다.

▲ 잘 읽히는 이름이 더 신뢰받는다

상품명이나 브랜드명에는 흥미로운 현상이 있다. ‘유창성(流暢性) 효과’다. 이름이나 브랜드명이 소비자들에게 쉽게 읽힐 수록 호감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읽기 쉬운 느낌(메타 인지)’은 상품 평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오리지널 폰트 효과’도 있다. 기업 로고나 상품 포장에 사용되는 글꼴도 눈에 익은 오리지널 폰트일수록 호감도가 높아진다.  

▲ 무명 브랜드는 가격 인하를 안 하는 게 낫다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의 경우 할인율이 높아질수록 구매 비율도 높아진다. 그렇지 않은 브랜드의 할인율이 크면 오히려 소비자들이 구매를 꺼리는 경향이 나타난다.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상태에서 가격까지 지나치게 낮으면 품질이 낮을 것이라는 인식이 생기기 때문이다. 무명 브랜드가 가격을 지나치게 내리면, 소비자는 성능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구매를 피하게 된다. 

▲ 팬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목표 만들라

마케팅에서 중요한 것은, 한번 팬이 된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팬으로 남도록 만드는 일이다. 이를 ‘리텐션 마케팅’이라고 부르며, 이것의 핵심은 ‘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다. 팬들은 브랜드가 가진 성격적 이미지, 외형적 요소(포장지 디자인, 로고, 캐릭터 등), 브랜드의 정책과 행동, 역사와 전통 등 브랜드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애정을 품는다.

만약 이러한 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갑작스럽게 변한다면 팬들의 기대를 배신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잃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스타벅스 매장. 출처 연합뉴스
스타벅스 매장. 출처 연합뉴스

스타벅스는 2008년에서 2009년 사이 한 차례 경영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급격한 확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빠른 커피 제공을 위해 매장에서 원두를 갈지 않고, 미리 갈아놓은 원두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커피 본연의 맛이 저하되고, 매장을 감싸던 고유의 커피 향도 사라졌다. 이로 인해 여유롭고 쾌적한 공간에서 커피를 여유롭게 즐기기를 원하는 스타벅스의 핵심 고객층의 지지를 잃게 되었다. 이들에게는 커피가 얼마나 빨리 나오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창업자 하워드 슐츠가 CEO로 복귀했다. 그는 원래대로 매장에서 원두를 직접 갈도록 지시하고, 커피 맛과 향을 되살리기 위해 향이 강한 식재료가 포함된 음식 판매를 중단시켰다. 이런 개혁은 점차 효과를 발휘하며 스타벅스는 위기를 극복하고 경영 실적을 회복할 수 있었다.

▲로고 변화에 가장 강하게 저항하는 단골 손님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드들은 포장지 디자인을 매년, 또는 계절에 맞춰 조금씩 바꾸며 시대에 맞는 세련된 이미지를 유지하지만, 로고와 같은 ‘핵심 디자인 요소’는 가급적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

물론 로고 디자인이 바뀔 경우 브랜드에 애착이 약한 유저는 별 관심이 없거나 오히려 브랜드에 더 호감을 느끼기도 한다.  기존 팬 일부 이탈이 있더라도, 브랜드 이미지나 타깃층을 재설정하려는 의도에 따라, 로고 디자인을 변경함으로써 새로운 고객 유입 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반면, 브랜드에 애착이 강한 유저는 브랜드 호감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현상을 보인다. 이들은 로고의 변화를 브랜드의 정체성 훼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기존 갭 로고(왼쪽)와 일시적으로 변경됐던 갭 로고.
기존 갭 로고(왼쪽)와 일시적으로 변경됐던 갭 로고.

세계적인 의류 브랜드 갭(GAP)은 2010년에 로고 리뉴얼을 시도했다. 새 로고가 발표되자마자, 인터넷에서 혹평이 쏟아졌다. 언론의 비판적 반응도 잇따랐다. 특히 갭의 오랜 팬들은 로고에 대해 애착이 강했던 만큼 로고 변경을 일종의 배신으로 느꼈다. 단골 고객들의 이탈 움직임에 놀란 갭 경영진은 새 로고를 발표한 지 8일 만에 부랴부랴 기존 로고로 돌아가겠다는 발표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