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이번 주 은행권 간담회를 시작으로 금융권과 첫 공식 소통에 나선다.
2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28일 은행장 간담회를 시작으로 다음 달 1일 보험업권, 4일 저축은행업권, 8일 금융투자업권 등과 잇따라 만나 업계 현안을 청취할 예정이다. 9월 둘째 주에는 빅테크와 여신전문금융업계 간담회도 예정돼 있다.
이번 만남은 상견례 성격이지만, 이 원장의 정책 기조와 업무 스타일이 드러나는 첫 자리라는 점에서 금융권의 긴장감이 높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사람 살리는 금융 정책'을 주문했다는 점에서 이 원장은 금융 관련 규제 개혁과 금융소비자 피해 보호, 법률 리스크 관리 등의 측면에서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번 금융권과의 릴레이 소통에서 이 원장이 예상보다 강한 메세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이달 21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사람을 살리는 금융정책'에 관심을 보이며 "불법추심과 보이스피싱, 전세사기를 제도적으로 막고 금융 규제를 통해 중대산업재해도 낮출 수 있도록 사람을 살리는 금융정책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지시했다.
특히 "은행이 성의 없이 공시송달하거나 소멸시효 완성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불법추심으로 빚이 대물림돼 삶의 의지가 꺾이면 안 된다"며 법과 세칙 개정 검토도 주문했다.
이 원장이 이 대통령의 정책 기조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금융권과의 릴레이 소통을 통해 이같은 주문을 빠르고 충실하게 집행할 방안을 찾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원장이 강조해온 '상향식' 업무처리 방식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이 원장은 이달 14일 공식 임기를 시작하면서 "어떤 괴물이 왔나 상상력을 발휘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평범한 육십이 조금 넘은 사람"이라며 "살아온 환경 자체가 혼자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집행하는 생활이 아닌, 집단적인 의사 결정과 토론 과정을 거쳐 합의가 되면 그때 표현하는 형태에 익숙하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과격한 사람이 전혀 아니다"라며 "조금만 기다려주면 제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이 스스로 토론을 좋아한다고 소개한 만큼 합리적인 방식의 의사소통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아울러 이 원장이 "자본시장이나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바 있는 만큼 예상 밖의 시장 친화적 메세지를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이번 간담회에서는 소비자 보호 강화와 생산적 금융 역할 주문이 주요 메시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원장은 취임사에서 '생산적 금융', '포용금융', '금융소비자보호'를 앞으로의 금융감독 방향으로 꼽으며 "새 정부 국정과제를 속도감 있게 처리하는 한편 '금융의 효율적 자원 배분' 역할에 힘쓸 것이다"라고 밝혔다.
은행권에는 소비자 보호 관련 당부와 함께 소상공인 금융지원 강화, 보험업권에는 서민·고령층 맞춤형 보장상품과 보험료 부담 완화, 사회공헌 확대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업계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자산 건전성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이 원장은 취임사에서 "지난 정부 아래 부동산 PF대출이 부실화됐다"며 "PF 잔존 부실을 조속히 정리하겠다"고 언급했다.
증권사와의 자리에서는 모험자본 투자와 발행어음 인가, 카드사와의 자리에서는 신기술금융과 스테이블 코인 관련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새 원장의 성향이나 업무 스타일이 뚜렷하게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라 간담회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예상하기 어렵다"면서도 "임원회의에서 소비자 보호가 모든 업무에 내재해야 한다고 강조하신 만큼 업권별 간담회에서도 소비자 보호가 특히 강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