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과 제조 기술로 한국을 바짝 쫓아오자 국내 기업들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방향을 틀고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는 전략을 모양새다.

디스플레이 업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당장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인공지능(AI)을 접목시키는 등 OLED 기술력을 확장시키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글로벌 TV 시장 독점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K-디스플레이 2025' 전시회에서 LG디스플레이 임직원이 83인치 4세대 OLED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LG디스플레이
'K-디스플레이 2025' 전시회에서 LG디스플레이 임직원이 83인치 4세대 OLED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중소형 OLED 시장을,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패널 시장을 선도하며 한국 TV 산업과 디스플레이 시장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O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 소재를 사용해 LCD 대비 무한대에 가까운 명암비를 구현하며, 백라이트가 필요 없어 박막 구조가 단순하다. 휘거나 접히는 플렉시블 구현이 가능해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 등 다양한 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OLED 기술적 우위를 점했고, 사실상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며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TV 시장 피해가지 못한 ‘캐즘’…AI 접목으로 돌파

삼성전자 모델이 자연어 처리 기반의 향상된 빅스비가 적용된 '클릭 투 서치'를 통해 삼성 AI TV와 대화하듯이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모델이 자연어 처리 기반의 향상된 빅스비가 적용된 '클릭 투 서치'를 통해 삼성 AI TV와 대화하듯이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최근 TV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라는 또 하나의 장벽이 생겼지만 이 역시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촉진제 역할을 해내는 중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산업 전반의 핵심으로 부상한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으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제는 단순히 화면을 보여주는 기계적 기능을 넘어 ‘지능형’으로 발전하는 분위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화질 업스케일링 기능을 제공하는 온디 AI 디바이스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TV나 모니터 안의 작은 칩(TCON)에서 작동하는 초소형 AI가 FHD를 UHD의 고화질 이미지로 실시간 변환해 준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알파(α) 칩셋을 활용해 AI 기반의 이미지 학습을 고도화하고 사용자 환경에 따른 자동 화질 설정으로 몰입감 있는 시청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AI 기술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 과정에서도 활용된다. 미세한 결함을 사전에 감지해 뷸량률은 줄이고 생산성은 늘리는 효과를 견인한다.

8월 6일에 열린 ‘2025 디스플레이 비즈니스 포럼’에서 이승우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은 “대외 환경 및 글로벌 트렌드 변화 속 디스플레이 산업의 유일한 생존은 기술 혁신과 AI 대전환을 통한 초격차 기술 확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 ‘초프리미엄’ 전략으로 LCD 재진입

삼성전자 모델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집약한 마이크로 RGB TV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모델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집약한 마이크로 RGB TV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업계의 기술적 혁신은 TV 제조사의 라인업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OLED TV 시장 진출 3년차인 삼성전자는 ‘OLED TV 시장 1위 달성’이라는 목표로 OLED TV 라인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2025년형 OLED TV 라인업을 S95D, S90D, S85D 등으로 구성하고 83인치, 77인치, 65인치, 55인치, 48인치, 42인치 등 다양한 크기의 모델을 출시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여기에 ▲AI 스마트홈 ▲AI 어시스턴트 ▲AI 시청 최적화 등 다양한 AI 기능을 탑재하며 새로운 소비자 경험이 가능하도록 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초프리미엄’ 전략으로 LCD TV 시장에 다시 뛰어든 부분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는 8월 12일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집약한 RGB 기반의 마이크로 LED TV를 세계 최초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번에 출시한 ‘마이크로 RGB TV’는 115형 대형 스크린에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초소형 LED칩을 결합해 초프리미엄 화질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적색·녹색·청색(RGB) 픽셀 각각을 독립적으로 제어해 완벽에 가까운 색 표현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실제 국제전기통신연합이 제정한 색 정확도를 측정하는 지표인 BT2020 면적률 100%를 달성, 독일 시험·인증 전문 기관 VDE로부터 ‘Micro RGB Precision Color’ 인증을 받았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화질 경쟁력도 강화했다. 컬러 최적화 엔진인 ‘Micro RGB AI 엔진’을 탑재해 AI가 영상 콘텐츠의 화질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색감을 조정하며 더욱 생생하고 몰입감 있는 시청 경험을 제공한다.

이를 기반으로 ▲저화질 콘텐츠를 고화질로 선명하게 업그레이드하는 ‘AI 업스케일링 프로’ ▲빠른 움직임을 보정해 영상의 왜곡을 줄여주는 ‘AI 모션 인핸서 프로’ 등까지 지원한다.

이외에도 ▲AI가 장면별 인식을 통해 풍부한 색감을 구현하는 ‘Micro RGB 컬러 부스터 프로’ ▲풍부한 색과 깊은 명암비를 구현해 원본 영상의 깊이감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Micro RGB HDR+’ 기능이 탑재됐다.

기존 TV에 탑재한 AI 기능들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자연어 처리 기반의 향상된 ‘빅스비’가 적용된 ‘클릭 투 서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클릭 투 서치가 실행된 화면에서 직접 음성으로 빅스비에게 질문을 하거나, 화면 하단부에 제시되는 추천 질문을 선택하면 답변을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인증기관 UL로부터 인증받은 글레어 프리 기술은 외부 조명이나 햇빛으로 인한 빛 반사를 줄여 눈부심을 차단하고, 낮에도 선명하게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화면과 프레임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일체형 ’유니바디‘ 구조로 슬림하고 고급스러운 외관을 완성해 프리미엄 TV의 디자인도 갖췄다.

삼성전자는 저가 LCD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중국과는 달리,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초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손태용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초대형·초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TV의 기술 초격차 전략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OLED TV 강자’ LG전자, 글로벌 시장 선도

2025년형 LG 올레드 에보(모델명 G5) 라이프스타일 이미지컷. 사진=LG전자
2025년형 LG 올레드 에보(모델명 G5) 라이프스타일 이미지컷. 사진=LG전자

‘OLED TV 강자’로 꼽히는 LG전자는 탄탄하게 기반을 쌓아 온 OLED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견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2025년형 LG OLED TV는 프리미엄 모델인 OLED 에보(M5/G5/C5)와 일반형 모델인 OLED TV(B5) 등으로, 42형부터 97형에 이르는 다양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글로벌 인증기관 UL 솔루션으로부터 검은색 및 다른 색상을 원래 의도대로 일관성 있게 표현하는 ‘퍼펙트 블랙’, ‘퍼펙트 컬러’ 인증을 모두 받은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특히 매직 리모컨에 탑재된 전용 버튼을 통해 ‘손에 잡히는’ 5대 AI 기능으로 TV 시청에 대한 고객 경험을 한 차원 더 끌어 올렸다.

5대 AI 기능은 ▲시간대별 사용 패턴 기반의 고객 맞춤형 키워드를 제안하는 ‘AI 컨시어지’ ▲대형언어모델(LLM) 기반으로 고객의 발화를 이해하고 의도를 추론해 검색하는 ‘AI 서치’ ▲TV 사용 중 발생하는 간단한 문제 해결을 돕는 ‘AI 챗봇’ ▲약 16억개 화면과 4000만개 사운드 중 고객 취향에 맞춤형 설정을 제안하는 ‘AI 맞춤 화면·사운드 마법사’ ▲목소리로 사용자를 구분해 계정을 즉각 전환하는 ‘보이스 ID’ 등이다.

LG전자는 2025년형 OLED TV를 앞세워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리더십을 더욱 굳건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LG전자는 대표적인 프리미엄 제품인 글로벌 OLED TV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52.4% 점유율을 차지하며 1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지난 7월 전 세계 14개국의 대표 소비자 매체들의 TV 성능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정재철 LG전자 MS연구소장 전무는 “세계 각국의 엄격한 소비자매체 평가 결과는 LG OLED TV가 최고라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어떠한 시청환경과 콘텐츠라도 뛰어난 화질을 구현하는 앞선 기술력으로 프리미엄 TV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