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회생 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긴급 생존 경영 체제에 돌입과 함께 15개 점포의 문을 닫는다. 또 본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제도를 시행하고 임원 급여 일부 반납도 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의 이 같은 발표에 노조는 대규모 실직이 예상된다며 폐점 결정 철회와 함께 MBK의 자구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밖에도 폐점이 결정된 지점의 지역 상권 역시 부동산 가격 하락, 매출 감소 등이 예상된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홈플러스, 임대료 조정 결렬된 15개 점포 폐점

홈플러스가 지난 13일 전사적인 긴급 생존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홈플러스가 지난 13일 전사적인 긴급 생존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13일부로 전사적인 긴급 생존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홈플러스 측은 “3월 4일 회생절차 개시 이후 현재까지 전국 전 매장에서 정상적으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회생 개시 후 5개월이 경과한 지금도 홈플러스의 자금 상황은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라며 생존 경영 돌입의 배경을 밝혔다. 특히, 지난 7월 전 국민 대상 민생지원금 사용처에서 제외되며 매출 감소 폭이 더욱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임대료 조정 협상에 진전이 없는 15개 점포에 대해 순차적 폐점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상이 된 점포는 시흥점, 가양점, 일산점, 계산점, 안산고잔점, 수원 원천점, 화성동탄점, 천안신방점, 문화점, 전주완산점, 동촌점, 장림점, 부산감만점, 울산북구점, 울산남구점 등이다.

이와 함께 홈플러스는 다음 달 1일부로 본사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자에 한해 무급휴직을 시행한다. 또 지난 3월부터 시행 중인 임원 급여 일부 반납 조치를 회생 성공 시까지 지속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의 대규모 폐점이 현실화하며 대형마트 업계의 판도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폐점 조치로 홈플러스의 전국 점포 수는 2026년 상반기 말 126개 점포에서 본래 폐점 예정이었던 점포의 수까지 더해 내년 상반기 106개 점포로 감소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할인점 점포 수가 각각 133점, 112점인 점을 고려한다면, 홈플러스는 업계 2위에서 3위로 내려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 임직원은 인가 전 M&A를 통한 재개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홈플러스 노사협의체이자 직원 대의기구인 한마음협의회는 “회생절차가 장기화되면 될수록 기업 가치가 하락하고 회생 가능성도 낮아지기 때문에 인가 전 M&A가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난 달 30일에는 임직원과 협력사 직원 2만2000여명이 대통령에게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다만, 전망은 밝지 않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홈플러스의 감사인은 최근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대해 ‘의견거절’을 표명했고, 최근 회계연도 실질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적자는 1600억원이 넘는 수준이며, 판관비율도 35%로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현 상황에서 할인점으로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9월까지 새로운 인수자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홈플러스의 인수 후보군으로 CJ그룹, 쿠팡, 롯데쇼핑 등이 언급되고 있으나 이들 기업 모두 인수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폐점 여파로 대규모 실직·매출 감소 우려

지난 14일 마트산업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홈플러스 사태 해결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파트너스에 실질적인 자구 노력을 촉구했다. 사진=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지난 14일 마트산업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홈플러스 사태 해결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파트너스에 실질적인 자구 노력을 촉구했다. 사진=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홈플러스의 대규모 폐점 소식에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홈플러스의 생존 경영 발표 다음 날인 지난 14일 마트산업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홈플러스 사태 해결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파트너스에 실질적인 자구 노력을 촉구했다.

공대위는 “사측의 15개점 폐점 결정은 ‘홈플러스 통매각’ 의지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며 “계약 해지 임대 점포의 폐점은 기업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고 자가 매장 폐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M&A(인수합병) 과정에서 인수기업에 대한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폐점을 발표하는 것은 기업회생 제도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당장 폐점에 따른 대규모 실직과 지역 상권의 매출 감소도 문제다.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라는 특성상, 직접 고용된 직원뿐 아니라 입점 업체 노동자, 인근 자영업자 등 지역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유통학회가 발표한 ‘대형마트 폐점이 주변 상권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폐점할 경우 반경 3km까지 고용 감소 효과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대형마트 1개 점포 폐점에 따라 945명이 감소하고, 주변 점포 매출액 감소에 따라 429명의 고용인원이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점포 1개가 폐점하면 1374명의 직·간접적인 고용 감소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매출 타격도 확인됐다. 조사 결과 대형마트 폐점 시 반경 2km까지 매출액 감소가 나타나며 특히 반경 0~1km 내의 경우 매출액이 4.82%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자 불편도 이어질 전망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서모씨(59세)는 “주말마다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게 일상이었는데, 홈플러스 일산점 폐점 소식에 앞으로 어디서 장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최근 들어 동네 마트들이 계속 문을 닫고 있어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 노조 측은 정부에 직접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은 “정부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라며 “10만명에 달하는 노동자들, 소상공인들, 그리고 지역경제가 무너지기 전에 정부가 즉각 나서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투명하고 지속 가능한 M&A를 위해 사회적 대화 기구를 마련하고, 정부가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서달라”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