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간판 사업이던 TV 부문이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와 대규모 투자에 매섭게 흔들리고 있다. 두 회사의 TV 사업 실적은 올 2분기 들어 일제히 부진에 빠졌고, LG전자는 적자 전환에 희망퇴직까지 단행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 관세 정책, 글로벌 경기 둔화, 소비 위축까지 겹치며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다만 게임이 끝난 것은 아니다. 국내 기업들은 OLED와 마이크로LED 등 차세대 기술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플랫폼 사업 확대 등 체질 개선을 통해 위기 돌파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 글로벌 가전 강자로 자리매김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의 거센 추격이 시장 구도를 빠르게 바꿔놓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이 막대한 투자와 저가 공세로 점유율을 잠식하면서 한국이 장기간 쌓아온 우위가 약화되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마이크로LED 등 차세대 기술로 돌파구 모색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美 관세·소비 위축에…3분기 전망도 ‘먹구름’

최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TV 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는 올해 2분기 매출 7조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다.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판매 비중은 확대됐지만, 글로벌 경쟁 심화로 실적이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LG전자의 상황은 더 악화됐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솔루션(MS) 사업부는 매출 4조3934억원, 영업손실 1917억원을 기록하며 사업부 중 유일하게 적자 전환했다.
미국 관세 부담과 글로벌 TV 수요 정체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회사 측은 3분기에도 미국의 관세 정책이 본격화되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돼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LG전자는 최근 MS사업본부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조직 내 인력 선순환 차원이라는 입장이지만, 글로벌 경쟁 심화와 관세 여파 등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인력 운영 효율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해석된다.
양사의 평균 판매가 하락도 눈에 띈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중저가 라인업을 확대한 결과다. 최근 공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삼성전자 TV의 평균 판매가는 지난해 연평균 대비 약 4% 떨어졌다. LG전자 역시 지난해보다 2.5% 낮아졌으며, 이는 전년에도 3.8% 하락한 데 이어 가격 인하 흐름이 이어진 셈이다.
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관세 비용 부담과 TV 사업의 성장 수요 정체 및 경쟁 심화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며 “3분기에는 본격화되는 미국 관세 정책 영향과 소비 심리 위축 우려,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 요인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글로벌 생산기지 최적화 등 시나리오별 대응을 통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면서 “각 지역·세그먼트별 특화된 대응 전략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보급형 시장 또한 적극 공략해 매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추격하는 中…프리미엄 시장도 넘본다

중국 기업들의 무기는 ‘가격’이다. 공격적인 저가 공세를 바탕으로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순히 저가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술력을 통해 고부가 시장까지 잠식하는 모습이다.
한국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글로벌 TV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2020년 각각 21.9%, 11.5%에서 지난해 기준 17.6%, 10.8%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국 기업인 TCL은 10.7%에서 13.9%로, 하이센스는 8.1%에서 12.3%로 오르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한국 기업들이 주력해온 프리미엄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업체들이 액정표시장치(LCD) 기반의 ‘미니 LED’를 앞세워 고급 제품군으로 발을 넓히면서 위협이 한층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하이센스와 TCL은 출하량을 늘리며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확대했다.
하이센스의 프리미엄 TV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2024년 1분기 14%에서 올해 20%로 뛰었고, 매출 점유율 역시 13%에서 17%로 상승했다. TCL도 출하량 기준 13%에서 19%로, 매출 기준 13%에서 16%로 각각 올랐다. 중국 내 상위 두 업체 외에도 샤오미와 스카이워스 역시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중국 기업들의 성장으로 국내 기업들의 입지는 점차 줄어드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출하량 기준 1위를 지켰으나 점유율은 1년 새 11%포인트 감소했다. LG전자도 점유율 23%에서 16%로 하락하며 2위에서 4위로 순위가 밀렸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OLED 패널과 LCD 패널 간의 원가 차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더 작은 OLED TV와 더 큰 미니LED TV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며 “이에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이 미니LED TV를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中 기술 기반 PB 제품 추격 ‘심화’

유통업체들의 자체 브랜드(PB) 상품도 중국 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홈플래닛’, 롯데하이마트의 ‘PLUX(플럭스)’, 이마트의 ‘일렉트로맨’과 ‘노브랜드’ 가전 제품 상당수는 중국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된다. 유사한 크기와 성능의 삼성·LG전자 제품 대비 가격이 절반 이하다.
19년 연속 세계 판매 1위인 삼성전자도 최대 격전지인 북미 시장에서 거센 공세를 받고 있다. 미국 최대 유통 기업인 월마트는 중국 TV업체와 저가형 TV 브랜드 ‘온TV’를 출시했다. 지난해에는 스마트TV 업체 ‘비지오(VIZIO)’를 인수해 TV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기도 했다.
지난해 출하량 기준 중국 주요 TV 업체들의 합산 점유율은 31.3%로, 삼성과 LG전자(28.4%)를 처음으로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택한 승부수는 ‘체질개선’이다. 단순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OLED 중심의 프리미엄 제품군 강화를 통해 시장을 이끌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OLED TV 시장 성장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는 글로벌 OLED TV 출하량이 2028년 1000만 대를 돌파하며 시장이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창욱 유비리서치 부사장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가 탁월한 화질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입증하고 있는 만큼, 주요 패널 업체들이 대형 OLED 라인 증설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2028년은 OLED TV 시장이 재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