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이 숏폼 영상을 웹툰에 접목하며 ‘읽는 웹툰’에서 ‘보는 웹툰’ 시대로의 전환을 시작한다.

네이버웹툰의 모회사 웹툰 엔터테인먼트는 미국 현지시간 기준 8월 18일부터 네이버웹툰 글로벌 플랫폼 ‘웹툰(WEBTOON)’ 영어 서비스에 작품 각 회차를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비디오 에피소드’를 시범 도입한다고 밝혔다.

비디오 에피소드는 기존 웹툰에 역동적인 이미지 움직임과 효과음 배경 음악 성우 연기를 더해 영상으로 만든 콘텐츠다. 회차당 평균 5분 내외 분량으로 제작돼 이용자는 애니메이션처럼 감상하거나 기존 스크롤 방식으로 읽는 것 중 선택할 수 있다. 우선 인기 영어 오리지널 작품 14편에 각 20편씩 무료 제공하며 적용 작품과 회차는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번 시도는 네이버웹툰이 최근 추진 중인 숏폼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앞서 올해 5월 글로벌 앱에 신작의 핵심 장면을 숏폼 트레일러로 보여주는 ‘뉴 앤 핫’ 탭을 추가했고 이는 2분기 월간활성이용자 수(MAU)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한국에서는 오는 9월 이용자가 직접 숏폼 애니를 만드는 UGC 서비스 ‘컷츠’도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네이버웹툰
사진=네이버웹툰

김용수 네이버웹툰 최고전략책임자는 “비디오 에피소드는 웹툰을 몰입하며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감상 트렌드를 제시할 것"이라며 “웹툰 콘텐츠가 본래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힘에 숏폼 영상 트렌드를 접목했을 때 큰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웹툰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신규 서비스 도입을 넘어 콘텐츠 시장의 패권을 둘러싼 거대한 전쟁의 한복판에 던지는 출사표와 같다. 경쟁 상대는 이제 카카오웹툰 같은 동종업계가 아니라 틱톡 유튜브 쇼츠와 같은 글로벌 숏폼 플랫폼이다. 한정된 이용자의 시간을 누가 더 많이 차지하느냐는 ‘시간 점유율’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사적인 진화인 셈이다.

지금의 Z세대는 글과 그림을 읽기보다 짧고 감각적인 영상을 소비하는 데 익숙하다. 이들을 웹툰 생태계 안에 묶어두고 새로운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선 웹툰 고유의 서사적 강점은 유지하되 소비 방식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있다.

여기에는 또 다른 전략적 목표도 숨어있다. ‘비디오 에피소드’는 웹툰 IP(지식재산권)의 영상화 가능성을 미리 시험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수 있다. 저비용으로 짧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시장 반응을 살피고 이를 기반으로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정식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제작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이는 최근 나스닥 상장 이후 IP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증명해야 하는 네이버웹툰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물론 위험 부담도 존재한다. 웹툰을 영상으로 만드는 데는 상당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며 원작의 감성을 해칠 경우 기존 팬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네이버웹툰이 ‘보는 웹툰’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은 더 이상 현재의 방식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이며 콘텐츠 플랫폼의 생존을 건 혁신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