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속속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이 매출 감소와 적자 확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유통 대기업인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의 계열사인 SSG닷컴, G마켓 그리고 롯데온의 경우 오프라인 채널의 선방 속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며 ‘아픈손가락’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반면 유통 공룡 쿠팡은 올해 2분기 역대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하며 독주 체제를 굳히기에 나섰다. 이 같은 상황 속 ‘G마켓-알리익스프레스’, ‘네이버-컬리’ 등 하반기 예정된 대형 협업이 작금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이커머스업계, 2분기 실적 빨간불

사진=G마켓
사진=G마켓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G마켓, 롯데온, 11번가 등 토종 이커머스 기업들이 일제히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계열사인 G마켓과 SSG닷컴은 각각 수백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본업 경쟁력 강화로 매출과 방문객 모두 일제히 증가한 그룹의 오프라인 계열사와 상반된 행보다.

구체적으로 G마켓의 2분기 매출은 181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8.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76억원)보다 4배 가까이 확대된 298억원으로 집계됐다. SSG닷컴도 올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11.4% 감소한 350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영업손실은 310억원으로 전년 동기(169억원) 보다 83.4% 증가했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계열사인 롯데온도 매출 감소를 면치 못했다. 롯데온의 2분기 매출은 2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줄었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광고 수익 증가, 매출총이익률 개선의 영향으로 8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199억원)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토종 이커머스 대표주자인 11번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11번가의 올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1% 줄어든 1103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마트 등 핵심 카테고리의 경쟁력 강화의 영향으로 102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183억원) 대비 44.2% 개선했다.

이렇듯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이 매출 하락과 함께 적자를 이어간 데 반해, 같은 기간 유통 공룡 쿠팡은 ‘역대급 매출’을 기록하며 독주를 이어갔다. 쿠팡은 올 2분기 매출은 11조9763억원(85억2400만달러·분기 평균환율 1405.02)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성장했다. 이는 쿠팡 창사 이래 최대 분기 매출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93억원(1억4900만달러)으로 지난해 2분기 영업손실(342억원) 대비 흑자 전환했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 내부에서는 ‘승자독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쿠팡이 업계 내 점유율을 키우며 그 외 기업들끼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한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네이버 중심의 양강 체제는 하반기에도 더 공고화할 것을 본다”라며 “서비스 편의성과 다양한 멤버십 서비스 그리고 대규모 물류 투자를 추진 중인 두 기업을 그 외 기업이 당해 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관전 포인트는?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변수도 존재한다. 하반기 신세계그룹의 계열사인 G마켓과 알리바바, 네이버와 컬리 등 대기업 간의 협업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 한중 이커머스 동맹이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이하 공정위)는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G마켓과 C커머스 대표주자인 알리익스프레스의 합작법인(조인트 벤처) 심사를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지난 1월 24일 기업집단 신세계 소속 계열사인 아폴로코리아가 중국 알리바바 그룹 소속 계열사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의 주식 50%를 취득하는 기업결합 신고를 접수했다. 기업결합이 완료되면, 신세계와 알리바바 그룹이 공동으로 지배하는 그랜드오푸스홀딩이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을 100% 보유하게 된다.

애초 두 기업의 합작법인 출범은 상반기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결합 심사의 경우 신고일로부터 30일이나, 필요에 따라 90일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위의 자료 보완 요청이 이어지며 합작법인 출범은 올해 하반기로 연기됐다. 공정위 측에 따르면 자료 보정 기한의 경우 심사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향후 합작법인이 출범하면 G마켓은 알리익스프레스의 글로벌 영향력을 바탕으로 역직구 사업을 확대하고, 알리익스프레스는 G마켓이 보유한 국내 유통·물류 인프라를 비롯해 한국 판매자 확보로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합작법인 출범을 앞두고 알리익스프레스는 외국인 투자기업 등록을 말소하고 지난 22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유한회사’의 이름으로 한국기업 신고를 마쳤다.

이 밖에도 올해 상반기 쿠팡과 더불어 탄탄한 실적을 기록한 컬리도 연내 네이버와 서비스 제휴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두 회사는 연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서 컬리의 상품을 공식 입점시키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에 지난 4월에는 ‘컬리 N 마트’를 특허청에 상표 출원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컬리와 네이버는 각각 소비자를 확대하고 신선식품 카테고리를 강화하며 경쟁력 제고를 꾀할 방침이다.

기업 간 협업이 잇따라 예고되며 업계 내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컬리는 하반기 핵심 전략으로 네이버와의 협업을 통한 N마트를 런칭할 예정”이라며 “컬리 입장에서는 기존 2인 가구·수도권 중심의 충성 고객층과 달리, 4인 가구·내셔널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고객 기반 다변화와 매출 외연 확장의 의미가 크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동시에 매입 규모 확대에 따른 원가 개선과 물류 효율성 강화가 가능할 전망”이라며 “특히 컬리넥스트마일의 NFA 입점 이후 화주 유입이 본격화되고 있어, N마트 런칭 시점부터 물동량 증가 속도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내다봤다.

2분기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든 이커머스 업계가 3분기 기업 간 동맹을 앞세워 실적에 날개를 달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