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AI 기술 첨병 SK AX가 HD한국조선해양과 손잡고 대한민국 조선·해양 산업의 인공지능(AI) 대전환(AX)에 나선다. 숙련된 인간의 노하우에 의존하던 선박 건조 과정을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기술을 적용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고질적인 인력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SK AX는 HD한국조선해양과 ‘제조 분야 AX 혁신을 위한 공동 과제 발굴 및 실행 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8일 밝혔다. 경기도 성남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윤풍영 SK AX 사장과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대표 등 양사 최고 경영진이 총출동해 이번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단순히 AI 기술을 현장에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설계·건조 기술을 보유한 HD한국조선해양이 산업 현장의 과제를 정의하고 실증 환경을 제공하면 SK AX가 다양한 제조 현장에서 검증된 AI 모델을 조선·해양 산업에 맞게 공동 개발하고 최적화하는 방식이다. 양사는 전담 TF를 구성해 기술 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함께한다.

특히 양사는 ‘에이전틱 AI’를 통해 조선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에이전틱 AI는 주어진 목표에 따라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자원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차세대 AI 기술이다. 이를테면 선박 설계 도면을 분석해 최적의 용접 방식과 순서를 찾아내고 로봇팔을 제어해 작업을 수행하는 ‘설계·생산 명장 에이전트’를 만드는 식이다. 이는 수십 년 경력의 숙련공이 하던 역할을 AI가 대신하는 것으로 생산성 향상은 물론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조선업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끌 수 있다.

사진=각 사
사진=각 사

글로벌 조선업계는 현재 인력 부족과 치솟는 원자재 가격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중국의 거센 추격 속에서 한국 조선업이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스마트 선박 등 기술 우위와 더불어 생산 현장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절실한 과제다. 이번 양사의 협력은 바로 이 지점에서 ‘AI 기반의 등대공장’이라는 해법을 제시한다. SK그룹 내에서 성공적으로 적용된 등대공장 프로젝트 경험을 조선소에 이식해 선박 건조 기간과 투입 공수 원가를 절감하고 안전성은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HD한국조선해양 김성준 대표는 “이번 협력을 통해 설계와 생산 전 과정을 AI로 혁신하고 조선·해양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술과 품질을 모두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SK AX 윤풍영 사장은 “HD한국조선해양이 보유한 산업 전문성과 SK AX가 갖춘 제조 AI 기술력을 결합하면 세계 조선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변화가 가능하다”며 “에이전틱 AI를 통해 조선·해양 분야를 중심으로 제조 AX 글로벌 표준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