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이달 들어 박스권에 갇히며 거래가 위축됐지만,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에서는 원유와 천연가스 관련 상품이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으며 오히려 거래대금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N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380억원으로, 지난달 1250억원 대비 10.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각각 14.7%, 13.3% 줄었다.

코스피는 지난달 말 장중 3280선까지 치솟으며 3300선 돌파를 눈앞에 뒀지만 이달 들어 조정을 거듭하며 3220선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6월과 7월 각각 13.9%, 5.7% 오르며 단기간 상승폭이 컸던 만큼 고점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조선·방산 등 일부 업종의 주가 급등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분석이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ETN에 집중됐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휴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자, 반등 기대감에 매수세가 몰린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4일까지 개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N은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로 156억원어치가 순매수됐다. 이 상품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상장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한다.

뒤이어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C'(151억원),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H)'(56억원)이 순매수 상위에 올랐다.

'KB 천연가스 선물 ETN(H)'(18억원),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17억원), '삼성 블룸버그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 B'(14억원) 등도 순매수 상위권에 포함됐다. 순매수 상위 10개 ETN 가운데 8개가 원유 또는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베팅한 상품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와 내년 전 세계 석유 시장 수급상 공급 우위에 따라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일 것이며 남은 하반기 동안 국제유가의 50달러선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하반기 원유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했다.

최규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천연가스 시장에 대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식 이후 공급 과잉 부담에 가격이 더 내릴 수 있다"며 "현재 레벨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오를 만한 이슈는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특히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경우 기초자산 수익률에 배수를 곱한 구조로 단기간 손실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금융감독원 역시 원자재 가격 급등락 가능성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며 관련 상장지수상품(ETP) 투자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