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포스터
전시포스터

울산시립미술관에서 포르투갈 출신 현대미술가 빌스(VHILS)의 개인전 ‘그라피움(GRAPHIUM)’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울산 반구천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해 마련됐으며, 11월 2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울산의 반구천 암각화는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 장면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선사시대 유물로 약 6000년에 걸친 암각화 전통과 한반도 동남부 연안 지역의 문화 발전을 보여주는 귀중한 유산이다.

‘그라피움’은 고대 로마에서 밀랍판 등에 글씨를 새길 때 쓰였던 필기도구의 이름에서 유래했으며, 라틴어로 ‘새기다’ 또는 ‘쓰다’를 의미한다.

빌스는 2000년대 초 그라피티 작가로 활동을 시작해, 이후 벽면을 조각하고 표면을 깎아내는 저부조 기법으로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는 해머, 끌, 드릴뿐 아니라 폭발물이나 부식제 같은 도구를 활용해, 건물 외벽이나 폐자재 등 도시를 이루는 물리적 구조물을 해체한다. 그리고 그 표면 위에 지역 공동체만이 기억하는 역사나 그곳에 살았을 법한 익명의 얼굴들을 새겨넣는 작업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현재 그의 작품은 세계 여러 도시의 건물 외벽, 철거 현장, 광고판, 폐자재 등 다양한 도시 표면 위에 남겨져 있다. 

빌스의 작업은 도시에 스며든 시간을 드러내며, 잊혀진 존재들의 흔적을 시각적으로 복원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그의 이런 시도는 수천 년 전 사람들의 삶을 바위 위에 새긴 ‘반구천 암각화’와도 깊은 연결성을 가진다.

이번 전시에는 광고판 조각, 영상, 설치 작업 등 총 35여 점의 작품이 출품되며, 2024년 울산문화예술회관 외벽에 제작된 대형 벽화도 전시의 연장선으로 함께 소개된다.

전시는 ‘표면 긁기 기획’, ‘빌스의 도구들’, ‘폭발과 잔해’ 등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에폭시, 목재, 석재를 활용한 입체 조형부터 폭발의 순간을 포착한 영상, 해체된 광고판을 재구성한 설치 작품까지 다양한 매체로 그의 작업 세계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전시장 내부에는 울산암각화박물관에서 대여한 선사시대 고래뼈도 함께 전시된다. 이는 암각화 속 동물 형상이 실재했음을 보여주면서, 예술과 기록이 이어지는 시공간의 흐름을 시사하기도 한다. 입장료는 성인 1,000원, 대학생·군인·예술인 700원, 울산 시민 500원.

질서 시리즈 #06 Orderliness Series #06, 2020, 수공 조각 및 절단후 조립한 오래된 목재 문, 260×239cm. 사진제공= 울산시립미술관
질서 시리즈 #06 Orderliness Series #06, 2020, 수공 조각 및 절단후 조립한 오래된 목재 문, 260×239cm. 사진제공= 울산시립미술관
분열 시리즈 #13 Splitter Series #13, 2021, 철거된 건물의 잔해에 레이저로 음각, 27.5×33×14.5cm. 사진제공= 울산시립미술관
분열 시리즈 #13 Splitter Series #13, 2021, 철거된 건물의 잔해에 레이저로 음각, 27.5×33×14.5cm. 사진제공= 울산시립미술관
울산 반구천 암각화. 사진제공= 국가유산청
울산 반구천 암각화. 사진제공= 국가유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