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인플루언서와 팬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커머스 플랫폼 ‘쇼룸’을 전격 공개하며 라이브 쇼핑 시장의 재편을 선언했다.
단순히 상품을 나열하고 판매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이용자의 ‘취향’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관계형 커머스로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치열한 이커머스 경쟁 속에서 카카오가 꺼내든 이 카드가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카카오는 자사의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인 카카오쇼핑라이브(카쇼라)가 취향 기반 커머스 플랫폼 ‘쇼룸(ShowRoom)’을 정식으로 열었다고 밝혔다.
쇼룸은 검증된 인플루언서가 직접 자신의 취향과 철학에 맞는 상품을 골라 소개하고 팬들과 소통하며 판매까지 할 수 있는 이른바 ‘1인 편집숍’의 집합체다. 이용자들은 쇼룸에서 좋아하는 인플루언서를 구독 버튼 하나로 팔로우하고 그들이 엄선한 상품 정보와 라이브 방송 소식을 카카오톡 알림으로 실시간 받아볼 수 있다.
이미 그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다. 카카오는 2024년 7월부터 ‘인플루언서 스토어’라는 이름으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했다. 당시 뷰티 유튜버 유트루, 패션 인플루언서 쭈언니 강경민 등 각 분야에서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인물들과 협업해 단일 방송만으로 억대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상품 자체가 아닌 ‘사람’에 대한 신뢰가 곧바로 구매력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 사례다. 이번 쇼룸의 정식 출범은 당시의 성공 방정식을 전면 확대하고 이용자와 인플루언서의 피드백을 반영해 서비스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은 결과물이다.
카카오의 이러한 전략적 전환은 현재 이커머스 시장이 맞닥뜨린 현실과 깊은 관련이 있다. 네이버와 쿠팡이 양강 체제를 굳힌 가운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발 초저가 플랫폼의 공세까지 더해지며 가격 경쟁은 극에 달했다. 동시에 틱톡과 유튜브 쇼츠는 강력한 알고리즘과 숏폼 콘텐츠를 무기로 새로운 커머스 강자로 급부상하며 이용자의 시간과 지갑을 맹렬히 파고들고 있다.
이러한 무한 경쟁 속에서 카카오가 찾은 해법이 바로 ‘관계형 커머스’다. 수많은 상품과 광고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은 더 이상 최저가 정보에만 반응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신뢰하고 취향이 비슷한 인플루언서의 추천을 더 가치있게 여기는 ‘팬덤 경제’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쇼룸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인플루언서라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그들의 영향력과 팬덤의 신뢰를 상거래로 직접 연결하는 것이다.

네이버가 검색과 커뮤니티 기능을 결합해 방대한 상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틱톡이 중독성 있는 알고리즘으로 즉흥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과는 결이 다르다.
실제로 카카오는 자사의 최대 강점인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활용해 인플루언서와 팬 사이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이를 쇼핑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전략을 택했다. 이용자들은 인플루언서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걸린 링크를 통해 혹은 카카오톡 쇼핑탭을 통해 언제든 쇼룸에 들어와 소통하고 쇼핑할 수 있다.
결국 카카오의 쇼룸은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라 이커머스 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야심찬 시도다. 단기적인 매출 증대를 넘어 장기적으로는 카카오 플랫폼 안에서 이용자들이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충성도 높은 커뮤니티를 구축하겠다는 더 큰 그림이 담겨있다. 상품을 팔기 전에 관계를 먼저 쌓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커머스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카카오쇼핑라이브 관계자는 “쇼룸은 인플루언서와 이용자가 취향을 기반으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관계형 커머스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경험을 확장해 이용자에게 더 많은 혜택과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