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공동 주관한 제32차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총회가 12일 여의도 FKI타워에서 개최됐다. PECC는 1980년 창립 이후 1989년 APEC 출범을 주도한 45년 역사의 국제경제협력체로 APEC의 싱크탱크이자 공식 옵저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영상축사로 시작된 이번 총회는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 아시아·태평양 협력의 재구상'을 주제로 진행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문가 300여명이 참석했다.

김 국무총리는 영상 축사를 통해 “PECC에서의 논의가 APEC 회원 경제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프로젝트로 발전되기를 희망”한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2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32차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총회'에서 영상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인협회
김민석 국무총리가 12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32차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총회'에서 영상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인협회

환영사에서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PECC이 앞으로도 APEC의 핵심 싱크탱크이자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신뢰받는 정책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한국의 대표 경제단체로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포함한 글로벌 통상환경 동향, 그리고 역내 협력 강화를 위한 한국의 역할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12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32차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총회'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인협회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12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32차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총회'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인협회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는 특별 대담에서 현재 다자주의 위기에 대해 "기존 제도가 모든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로빈슨 교수는 APEC의 '열린 지역주의' 원칙이 "다자주의 쇠퇴와 보호주의 강화 등 닫힌 지역주의로 회귀하려는 글로벌 흐름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로빈슨 교수는 APEC이 '국가' 대신 '경제체' 개념을 사용하는 점을 높이 평가하며 "더 유연한 정체성이 필요한 시대에 APEC의 접근법이 새로운 글로벌 아키텍처 구축을 구상하는데 EU보다 더 적합한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경제적·문화적으로 놀랍도록 창조적인 사회"라며 "APEC 내에서 다양한 대화와 협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총회는 4개 세션으로 구성됐다. 글로벌 통상환경 세션에서는 WTO 다자간 무역협정 실효성 저하 상황에서 새로운 무역규범의 '실험실'이자 '인큐베이터'로서 APEC의 역할이 강조됐다. AI 세션에서는 아투사 카시르자데 카네기멜론대 교수 기조연설과 이치훈 CJ그룹 최고인공지능책임자 등의 토론이 진행됐으며, 'APEC AI 이니셔티브' 추진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12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32차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총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 다섯번째부터 정철 한경연 원장KOPEC 공동회장),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KOPEC 공동회장),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학 교수(2024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사진=한국경제인협회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12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32차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총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 다섯번째부터 정철 한경연 원장KOPEC 공동회장),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KOPEC 공동회장),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학 교수(2024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사진=한국경제인협회

인구구조 변화 세션에서는 차이팡 중국사회과학원 전임 부원장이 기조연설했으며,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사회복지 지출 증가 등 공통 도전과제에 대한 '미래번영기금' 등 공동 대응 프레임워크 필요성이 논의됐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나롱차이 아크라사니 태국 PECC 회장 주재로 아시아·태평양 지역협력의 미래와 역내 미래인재 교류 확대 전략이 검토됐다.

코로나19 이후 중단됐던 청년 프로그램이 'KOPEC Youth Ambassadors'로 5년 만에 재개됐다. 선발된 국내 대학생 20명이 참여해 일부는 AI와 인구구조 변화를 주제로 정책 아이디어를 직접 발표했다.

총회 결과물은 '여의도 선언문'으로 정리돼 10월 APEC 정상회의에 제출된다. 선언문에는 AI 활용 방향성 정립과 회원 경제체 역량 강화, 포용적 성장을 위한 새로운 무역 패러다임 모색,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전략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행사를 주관한 KOPEC 관계자는 “이번 총회에서 나온 민간 전문가들의 아이디어들이 APEC 정상회의 논의 의제의 기초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