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7 대출 규제 발표 이후 둔화했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6주 만에 다시 확대됐다. 특히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을 비롯해 한강벨트 지역의 상승폭이 전주 대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규제 효과가 3~6개월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의 실효성 있는 공급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첫째 주(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4% 올랐다. 이는 직전 주(0.12%)보다 0.02%포인트 확대된 것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6월 넷째 주 0.43%까지 오르다가 대출규제 이후 0.40%→0.29%→0.19%→0.16%→0.12%로 5주 연속 둔화세를 보였다. 이후 6주 만에 상승폭이 다시 확대됐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16곳에서 아파트값 오름폭이 전주 대비 확대됐다. 특히 상급지인 한강벨트의 오름세가 뚜렷했다.
성동구는 0.22%에서 0.33%로 상승폭이 가장 크게 늘었다. 용산구는 0.17%에서 0.22%로, 마포구는 0.11%에서 0.14%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강남3구에서는 강남구가 0.11%에서 0.15%로 오름폭이 커졌다. 서초구는 0.21%에서 0.16%로, 송파구는 0.41%에서 0.38%로 상승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강동구는 0.07%에서 0.14%로 상승폭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강력한 대출 규제에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지속되는 것은 수요가 여전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규제로 거래량이 줄며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층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대출규제로 수요를 누르는 효과가 3~6개월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 세미나에서 "정부가 빠르고 강력한 공급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눌려 있던 매매 수요가 살아나면서 4분기 중 집값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내년부터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하는 점도 집값 상승 압력을 높일 요인으로 지목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4만6767가구에서 2만8355가구로 39% 급감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경기는 7만5868가구에서 6만6013가구(-13%)로, 인천은 2만2602가구에서 1만7102가구(-24.3%)로 줄어들 예정이다.
2027년 수도권 전체 입주 예정 물량은 10만5100가구로 올해보다 27.6% 감소할 예정이다. 특히 서울 물량은 8803가구로 올해 대비 81.2%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7월 31일 취임사에서 "최근 부동산 시장은 6·27 대출 규제 등으로 일시적인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며 "주택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이르면 8월 중 첫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까지 거론된 공급 대책 방향은 ▲3기 신도시 조기 공급 ▲도심 내 유휴부지와 노후 공공시설 활용한 주택 공급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기존 신규택지 내 공급 물량 확대 ▲지분적립형·이익공유형 등 공공주택 공급 확대 등이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의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공급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그동안 발표된 대규모 공급 계획이 실제 착공과 준공으로 이어진 물량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공급 성과를 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지연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지방은 수요 위축과 미분양 심화가 이어지는 반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는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집값 안정을 위한 현실적인 공급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입주 물량이 감소하고 금리가 다시 내려가는 상황에서 도심 공급 확대 신호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면서도 "다만 실제 사업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착공에서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단기 공급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으며 주민 협의와 지자체 협조 등 실행 동력 확보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국토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부동산정책 추진 현황 분석체계 구축 방향 연구’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시장 관련 세부 정책 과제 390건 중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시행 단계까지 이른 과제는 230건(59%)에 그쳤다. 공급 정책의 경우 279건 중 154건(55.5%)만 시행됐다.
공급 정책 중 정비사업의 경우 평균 7.9개월(237일)이 걸린 반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 대상 요건 완화 및 확대’ 등 금융 관련 공급대책 시행 기간은 평균 1.1개월(34일)로 짧았다.
연구원은 “공급 정책에서 법 제정과 개정에 의존하는 세제와 정비사업 정책은 제도화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어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 실천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절차 간소화나 대체 방안을 마련해 신속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