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제너럴 모터스(GM)의 태도가 도마 위에 선 가운데 한국사업장(한국GM)의 혼란만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현대자동차그룹과 GM의 발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8년부터 GM과 북미용 전기 밴과 중남미에 출시할 소형 승용차·SUV·픽업트럭 등 차량 4종을 개발한다. GM은 중남미용 중형 픽업트럭 개발을 담당한다.
문제는 한국GM 철수설이 끊이지 않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는 GM 본사가 확실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다면 한국GM 철수설을 둘러싼 혼란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시계는 2018년으로

한국GM에 남아있는 시간은 공식적으로 오는 2027년까지다. 지난 2018년 군산공장 폐쇄 당시 GM은 한국 정부(산업은행)로부터 약 81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으면서 10년간 국내 사업을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었다.
문제는 한국GM이 휘청이며 시작됐다. 지난 2018년 한국GM은 인력 감축을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했으며 전체 1만6000명의 직원 중 15%가량인 2400명이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었다.
당시 정부는 한국GM과의 협상을 통해 GM이 총 64억 달러(약 8조8787억 2000만원)를 지원하고, 산업은행은 7억5000만 달러(약 1조404억7500만원)를 투입하는 내용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최종 71억5000만 달러(약 9조 9191억9500만원)이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동시에 내걸었던 조건이 최소 10년간의 사업 의무 유지였다. 이동걸 당시 산업은행 회장은 "공장 설비투자가 2027년까지 매년 2000억∼3000억원씩 진행되는데 이는 (2027년) 이후에도 있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고 그 신규 설비투자는 구속력 있는 계약"이라며 "GM이 경영 악화로 10년 뒤 한국을 떠나더라도 최소 36억 달러(약 4조9989억6000만원)의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현재 한국GM의 지분 17.0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자동차 업계가 2027년 이후 의무의 해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이유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철수가 아니더라도 사업이 쪼그라들거나 너무나 많은 변수가 생길 우려가 있다"며 "자체적인 사업 일정 변경이 아니라 현대차그룹과의 협력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2028년 이후의 일정을 미루는 등의 조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현대차그룹 측은 "GM과의 협력은 지난해 9월부터 진행됐던 내용"이라며 "내연 기관, 하이브리드, 배터리 전기차, 수소 연료 전지 기술을 포함한 파워트레인 시스템 전반에 걸친 협업과 관련해 세부 검토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추측성 소문에 대응 안할 것"… 잡음에 '노이즈 캔슬링' 낀 한국GM

한국GM은 이미 올해 한 차례 철수설에 휘말렸었다. 당시에는 부평공장 신차 배정 논란이 철수설의 이유였다. 지난 4월 캐딜락 '더 뉴 에스컬레이드' 신차 발표 행사에서도 철수설 질문이 행사 질의응답 시작부터 등장하자 한국GM 임원진들은 관련된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고 방어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당시 한국GM 구스타보 콜로시 영업서비스 부문 부사장은 직접 “추측성 소문에 대응하지 않는 것이 (한국GM의) 원칙”이라며 “신차 라인업을 계속 출시하고 기존 수립한 한국 전략을 지속 실행할 것이고 몇 주 혹은 몇 개월 후 국내 취재진에게 신차와 사업 계획에 대해 공유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후 GM에서 신차 3만1000대 증산 물량을 부평공장에 배정해 올해 부평공장 생산 물량은 약 24만대 정도로 늘어났다.

다만 약속이 100% 지켜졌는가는 평가하기에 애매하다. 2026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출시됐으나 연식 변경 모델이란 점에서 신차라고 평가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이후 사업 계획도 특별히 발표되지 않았다. 지난 3월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이 직접 미국 본사에 방문했으나 대대적인 성과를 이루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사이 직영 서비스센터 9곳은 매각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 5월 고객 지원 서비스를 386개 협력 정비센터를 통해 계속 제공하는 한편 매각 후에도 직영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고용은 보장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이와 함께 부평공장의 유휴 자산 및 활용도가 낮은 시설과 토지 매각 문제를 놓고서도 여러 이해관계자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안규백 한국GM 금속노조 지부장은 "부평공장에 유휴부지라고 할 곳이 어디 있느냐"며 "GM은 돈이 돼 왔던 것은 전부 다 팔아왔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서비스센터 임직원들이 직접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을 막아달라는 호소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침묵 능사 아니다… GM, 이제는 답해야 한다

결국 GM이 철수설과 관련한 소문에 대해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GM에게 가장 불리한 조건이었던 한미 수출입 관세 비율이 25% 대비 15%로 하향 조정됐고 시간이 갈수록 한국 사업장을 둘러싼 혼란과 떠도는 소문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누군가의 일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는 사안이고 10년간 계속 한국GM을 괴롭혔던 소문인 만큼 GM이 입장을 내놔야 한국GM 종사자들도 대안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GM이 현대차와 함께 미국 내에서 소형차를 만든다면 한국GM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한국GM 측은 "해당 소형 SUV는 중남미 시장 타겟이고, 한국에서 현재 생산 중인 세그먼트에는 영향이 없다"며 "플랫폼은 공동 개발하지만 차량 생산은 양사가 개별적으로 담당한다. GM은 현재로서는 미국 내에서 소형차 생산 계획은 없다"고 언급했다.
한편 한국GM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총 28만1599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지난해보다 크게 개선된 실적이다. 지난 6월 쉐보레 올 뉴 콜로라도의 판매가 2024년 6월 대비 350% 증가하는 등 수출로만 27만대가 넘는 차량을 팔았다.
한국GM 측은 "현대차와의 협력과 관련해 기본적인 입장은 지난주에 발표된 현대차그룹의 입장과 큰 측면에선 동일하다"며 "세부적으론 GM은 기존 생산 거점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