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이상 노년층의 2금융 대출 연체율이 4년 새 7%를 넘어 금융 위기가 현실화됐다. 고금리 대출에 내몰린 취약층의 고통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이 받은 최근 5년간 연령대별 신용대출 현황에 따르면 5월 기준 저축은행 신용대출 60대 이상 연체율은 7.65%다. 2021년 4.64%에서 4년 새 65%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카드론과 캐피탈 대출 연체율 역시 크게 상승해 각각 3.07%, 5.46%를 기록했다. 최대한 대출을 끌어 쓴 60대 이상 다중 채무자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2금융권 대출에서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달 22일 서울 시내 한 건물의 벽면에 대출 관련 광고물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서울 시내 한 건물의 벽면에 대출 관련 광고물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서민의 ‘급전창구’로 불리는 2금융권 대출은 고령층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은 대출 총량 관리와 건전성 강화를 이유로 예비 대출자의 문턱을 대폭 높여 신규 대출을 사실상 막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까지 증가세를 보였던 2금융권 저축은행 대출 잔액은 지난 3월 말 96조5800억원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노령층과 달리 50대미만 대출자 연체율은 2023년 정점을 찍은 뒤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20대 저축은행 연체율은 2023년 5월 8%를 넘었지만 2년뒤 5.27%로 3%포인트 하락했다. 캐피탈 신용대출은 30대 연체율이 같은 기간 6.6%에서 4.72%로 줄었다.

대출자구성과 대출잔액 변화에서도 이런 흐름이 뚜렷하다. 카드론은 이 기간 50대미만의 대출잔액이 1조9000억원(10%)가량 줄었지만 50대이상은 7조2000억원(45%) 급증했다. 대출자 수도 50대미만은 57만명(26%) 줄어든 것과 달리 50대이상에선 29만명(14%) 늘었다.

캐피탈 역시 50대미만은 대출잔액이 6000억원(12%) 감소한 반면 50대 이상에선 되레 5000억원(17%) 늘어 대출 건전성이 나빠졌다.

이에 금융당국과 정부는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채무 조정 프로그램 강화와 맞춤형 상담 서비스 확대 등 실질적 지원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특히 기초수급자·중증장애인·청년·취업성공자 등 취약계층별 채무 감면, 상환유예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금융업계는 이번 연체율 급등이 개인 채무자의 위기를 넘어 금융권 전체의 위험 신호라고 경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개인의 과도한 부채가 금융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가 차원의 총체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시급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