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은행 본점. 왼쪽부터 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 본점. 출처=각사
4대은행 본점. 왼쪽부터 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 본점. 출처=각사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부채 탕감, 첨단산업 지원 정책펀드 참여, 교육세율 인상까지 금융권을 향한 정부의 '상생'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은행권 뿐 아니라 보험·카드·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도 부담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은행은 사회 환원과 건전성 유지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았고, 경영 사정이 어려운 2금융권에서는 "여력이 없다"는 반발이 커진다. 재원 분담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정책 과제 참여·세금 부담 확대…사회 환원 압박 커지는 금융권 

정부는 최근 '배드뱅크' 설립, 100조원 규모 첨단전략산업 육성 펀드, 금융·보험회사 교육세율 인상 등을 연이어 발표했다. 이자 수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은행들은 이같은 사회 환원 압박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은행권에 "손쉬운 이자 놀이 대신 투자 확대"를 주문했다.

10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2025년 세제개편안'에서 금융·보험업자 교육세 부담을 최고 1.0%까지 높이기로 했다. 현재 금융·보험업자에는 일괄적으로 0.5%의 교육세율을 적용하는데 개정안은 수익금액이 1조원을 초과하는 금융·보험업자에 교육세율 1.0% 를 적용키로 했다.

교육세법에서 규정한 수익금액은 금융사가 수입한 이자·배당금·수수료·보증료·유가증권 매각이익·보험료 등이다. 제조기업으로 따지면 사실상 매출이라고 보면 된다. 이에 따라 약 60개 대형 은행·보험사들은 지금까지 내던 교육세의 두 배를 내야 한다.  

기재부는 경기둔화, 감세정책으로 2년 연속 국세수입이 줄어드는 와중에 세수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납부능력이 있는 납세자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 이른바 '응능부담원칙'에 따라 세부담을 정상화한다는 논리다. 기재부에 따르면 금융·보험업의 국내 총부가가치는 1981년 1조8000억원에서 2023년 128조 5000억원으로 약 75배 늘었다. 

정부는 교육세 인상 대상 금융회사를 약 60곳으로 추산했다. 개별 기업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금융권 수익 구조를 감안할 때 대형 금융사는 대부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추가 과세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은행별로 연간 이자 수익만 10조~20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SC제일은행,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일부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여당이 교육세를 대출 가산금리에 포함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어 실질 부담은 더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보험수익이 수조원에 달하는 상위권 보험사 역시 교육세 부담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삼성·한화·교보생명, 손해보험업 계에서는 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 등이 유력하다.

증권사도 교육세 인상 추가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영업수익이 수십조원에 이르는 메리츠·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증권 등은 교육세 1%를 부담하게 된다.

카드결제, 할부금융 등의 수익이 수조원에 달하는 카드사도 예외가 아니다. 다만, 지방은행, 인터넷은행은 대부분 연간 수익이 1조원 미만이라 제외되는 곳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연합회는 6월 국정기획위원회 보고서에서 "은행의 사회적 책임은 당연하다"면서도 "과도한 요구는 위험 관리 왜곡과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며 금리·배당·점포 전략 등 경영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험업계도 교육세율을 현행 0.5%에서 1.0%로 올리는 방안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손보 5개사와 생보 6개사 기준으로 교육세 추가 부담액은 약 35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선 이 부담이 대출 금리·보험료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는 현재 각각 회원사 19곳과 22곳을 대상으로 교육세 인상 관련  과표 구간·세율 조정, 수익별 차등 세율 적용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 중이다.

손보협회는 오는 11~12일께 회원사들과 대면 회의를 열어 합의안을 마련한 뒤 기획재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생보협회도 이번 주 안에 의견 취합을 마무리해 당국에 전달할 계획이다.

"PF 부실 정리도 벅차다"…2금융권, 불만 고조

교육세 부담 확대로 인한 부담 면에서는 은행, 보험사들에 비해 다소 영향이 작긴 하지만, 저축은행·상호금융·여신전문사들 역시 정부의 상생 압박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들 업권은 은행과 달리 '역대급 실적'과 거리가 먼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상생 압력이 커진다는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아직까지 부동산 PF 부실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1금융권과 함께 묶여 상생금융에 대한 부담을 지는 것은 무리라는 목소리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상생 금융의 전제는 금융권이 과도한 마진을 거둔다는 것인데 이는 1금융권 이야기"라며 "저축은행은 더 큰 리스크를 안고 운영하는 만큼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호금융권도 "작년보다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고, 충당금 적립만으로도 벅차다"는 입장이다. 

대부업계는 배드뱅크 관련 장기 연체채권 매입가율을  놓고 불합리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배드 뱅크는 신용불량자의 빚(부실 채권)을 금융기관에서 싼값에 넘겨받아 이를 회수하거나 매각하는 금융회사다. 정부는 부실채권 처리 기구인 배드뱅크를 SPC(특수목적회사) 형태로 설립하는 방향을 강하게 추진중이다. SPC는 채권 매각을 위해 세워진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공동 은행장을 맡아 운영했던 '주빌리은행'과 가장 유사한 형태인 '비영리법인' 설립 등도 검토됐으나, SPC로 최종 결정됐다. SPC는 공공과 은행 등 민간의 책임 분산이 자유롭다는 것이 장점이으로 꼽히지만, 이해관계 조율에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배드뱅크가 소각할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장기 연체채권 상당액을 2금융권이 보유하고 있어 참여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부실채권을 많이 보유한 대부업계는 매입가율에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거론되는 안은 연체 7년 이상 부실채권을 일괄 5% 가격에 매입해 소각하는 방식이다.

대부업계는 "보유 채권 매입가가 최소 액면가의 25% 이상인데 이를 5%에 팔라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한다.같은 연체채권이라도 성질에 따라 매입가가 다르다는 점에서, '일괄 5%'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일부에선 대부업체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1금융권 대출 개방, 코로나 채권 매입 허용 등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재원 4000억원은 이미 예산으로 확보했다"며 "3분기 중 세부 방안을 발표하고 대부업권 참여를 최대한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