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이 2025년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중간배당을 실시하지 않으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2023년 ‘3개년 배당 확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2025년까지 중간배당을 추가 실시하겠다”고 언급한 것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분기배당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까지 마치면서 주주환원 기대감이 커졌으나, 중간배당 보류로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려아연의 큰 그림이 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자사주 소각이 중간배당 대체”
고려아연은 지난 7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특수한 상황(경영권 분쟁)으로 대규모 자사주 매입하고, 2025년내 소각 계획을 발표한 만큼 올해 중간배당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묘하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9월.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이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시작한 바 있다. 고려아연도 경영권 사수를 위해 같은해 10월 주당 89만원으로 자사주 204만30주를 사들였다. 총 1조8000억원 규모다.
당시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며 취득한 자사주는 빠르게 소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올해 6월, 8월, 12월에 각각 68만10주씩 소각을 결정하는 등 나름의 주주환원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환원책으로 꼽힌다. 발행 주식 총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주주 지분율이 상승하고 주당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해당 소각은 주주환원 목적이 아닌, 어디까지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매입한 자사주 소각일 뿐이며, 앞서 약속했던 중간배당을 보류한 만큼 이야기가 다르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배당 확대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2023년 중간배당 1만원과 결산배당 5000원, 2024년 중간배당 1만원과 결산배당 7500원을 지급했다. 2024년에는 실적 감소로 경영 상황이 악화된 와중에도 직전년도보다 배당금을 늘렸다.
올해는 배당에 동원할 자금도 여유 있다.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7조6582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도 53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6.9% 늘었다. 1분기 기준 미처분이익잉여금(영업활동으로 얻은 순이익금 중 상여금이나 주식배당 등의 형태로 처분되지 않은 잉여금)도 2조3000억원으로 탄탄하다.
다만 이번 중간배당 보류가 장기적으로 고려아연의 총주주환원율(TSR)과 배당성향에 악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고려아연의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이 2024년부터 2033년까지 10년간 총 4조원을 투입해 배당과 자사주 취득후 소각을 실시하는 대규모 계획이기 때문이다. 장기적 주주환원을 바라보는 만큼, 이번 보류는 자사주 대규모 소각과 맞물린 일시적 숨고르기일 가능성도 있다.
고려아연의 TSR도 높게 형성되고 있다. 글로벌 의결권자문사 ISS에 따르면, 고려아연 TSR은 최윤범 회장 취임 직후인 2019년 3월부터 경영권 분쟁 직전인 지난해 9월까지 평균 45.8%를 기록했다. 동종업계 평균치 37.8%를 상회한다.
특히 올해 TSR은 사상 최대치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이후 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실시하며 주가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TSR은 주가상승률과 배당금을 동시에 고려해 계산하는 만큼, 주가 상승폭이 큰 기업일수록 높게 형성된다. 자사주 대규모 소각이 더해지면 환원율은 더 올라간다.
최근 3년간 현금배당성향도 높다. 2022년 50.89%, 2023년 57.40%, 2024년 179.00%를 기록했다. 지난해 코스피 배당법인 평균 배당성향 34.74%보다 높게 형성됐다.
고려아연 역시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배당금은 주주환원과 별도로 배당성향을 고려해 결정할 것으로, 자사주 소각으로 배당금 축소 계획은 없다”고 밝힌 만큼, 기말배당 규모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2분기 컨퍼런스콜에도 “이사회나 경영진 사이에서 지속가능한 주주환원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향후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지면 공시를 통해 시장과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배당 ‘최대 수혜자’ 영풍, 배당 보류 악재 되나
고려아연의 중간배당 보류로 인해 고려아연 대주주 영풍의 상황도 미묘해질 전망이다. 영풍의 경영상황이 악화되면서 고려아연 배당액이 이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영풍은 현재 영업부문 현금창출력이 위협받고 있다. 과거 보수적 재무기조를 고수하며 탄탄한 재무 구조를 유지해왔으나. 2023년 이후 환경 관련 제재가 이어지고 아연 가격도 하락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이다. 영풍의 1분기 공시에 따르면, 현금창출력을 판단하는 지표인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009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183억원에서 음수 전환했다.
이 시기 자금줄 역할을 한 게 고려아연이다. 2023년 영풍은 고려아연으로부터 1556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당해 영풍의 영업손실은 1424억원이었으나, 순손실은 43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고려아연 배당금이 순손실 감축에 영향을 미쳤다.
대주주가 자회사의 배당으로 손해를 메우는 상황이 이어지자 고려아연의 불만도 커졌다.
경영권 분쟁 이전인 지난해 3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부터 갈등이 여실히 드러났다. 당초 고려아연이 2023년 기말 배당 주당 5000원을 결정했으나, 영풍으로부터 강한 반발이 나온 것이다.
당시 영풍은 “기말 배당금을 중간 배당금(1만원)보다 줄이면 주주들의 실망이 커지고 주가 하락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이미 다른 철강 및 비철금속업체 대비 높은 배당성향과 주주환원율을 유지해오고 있고, 아연가격 하락과 전기료 인상 등으로 연결기준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2022년 대비 각각 13.5%, 33.2%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정책을 따르기 위해 1주당 5000원의 기말배당안을 이사회에서 승인했다”고 맞섰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전 발발 이후 더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영풍은 10년간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1%며, 최대 수익원이 1000억원에 달하는 고려아연 배당”이라며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각종 악재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영풍을 향한 고려아연의 불만이 커지며 독자노선 구축 시도가 늘어났다. 영풍은 최대 수익원의 이탈 조짐이 보이자 강하게 반발했다. 경영권 분쟁의 단초가 된 것이다.
올해 고려아연 배당금을 둘러싼 고려아연과 영풍의 관계는 좀 더 복잡해졌다. 영풍이 고려아연의 해외자회사 SMC를 통한 상호주 관계를 해소하고자,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을 자회사 YPC에 전량 넘겼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영풍과 고려아연의 연관성이 없어지면서 영풍의 고려아연 배당 수령도 YPC를 거쳐 우회하게 됐다.
물론 YPC가 영풍이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자회사인 만큼, 영풍에 유의미한 타격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 이중과세 대상도 아니다.
문제는 고려아연이 중간배당을 보류한 시기다.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악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58일간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받고 2월 26일부터 4월 24일까지 가동을 중단했다.
가장 어려운 상황에 고려아연 중간배당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영풍의 재무상황에도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