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이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글로벌 전력망 교체 수요에 힘입어 중공업 부문이 실적을 견인했으며, 하반기에도 고수익 해외 수주와 HVDC(초고압 직류 송전) 기술력을 앞세워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효성중공업은 올해 2분기 매출 1조 5253억원, 영업이익 1643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7.8%, 영업이익은 162.2% 급증해 시장 전망치를 크게 상회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10.8%로 설립 이래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873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대비 209.7% 증가했다.

초고압 전력기기 ‘효자’…해외 수요 급증

효성중공업이 2023년 스코틀랜드에 공급한 초고압변압기. 사진=효성중공업
효성중공업이 2023년 스코틀랜드에 공급한 초고압변압기. 사진=효성중공업

국내 송배전 시장에서 오랜 점유율 1위를 유지해 온 효성중공업은 초고압 변압기, 가스절연개폐장치(GIS), 차단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력기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효성중공업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른 데이터 센터 확충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 추진으로 송변전 설비 교체 신설 필요성 등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의 ‘슈퍼사이클’이 도래한 데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북미와 유럽, 중동 등 시장에서 전력기기 수주가 크게 늘었던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특히 올해 2분기에만 2조 1970억원의 신규 수주를 확보하며 총 수주 잔고는 10조원을 넘어섰다. 북미 시장에서의 신규 수주 비중만 53%를 차지했다.

여세를 몰아 미국 대형 전력회사에서 2641억원 규모의 초고압 차단기 공급 계약을 따냈으며 영국의 스코티쉬 파워와는 850억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전력기기 업체 최초로 독일 송전업체와 장기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성종화 LS증권 연구원은 효성중공업의 2분기 실적과 관련해 “미국 생산법인은 고마진 프로젝트 집중과 원가율 개선 효과로 영업이익률 35%를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하반기 국내·외 ‘K-전력’ 선도 노린다

효성중공업 창원공장 전경. 사진=효성중공업
효성중공업 창원공장 전경. 사진=효성중공업

업계는 효성중공업의 상반기 성적표보다 하반기가 훨씬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한다.

우선 대외적으로 북미 시장에서의 고마진 물량과 추가적인 증설 계획 등을 고려할 때, 전력기기 부문의 성장은 지속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3년 치 일감에 해당하는 10조 7000억원의 수주 잔고 확보와 함께, 미국 멤피스 공장 등 해외 생산기지 증설 투자가 매출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 증권사들은 중공업 부문 영업이익률은 15%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규 수주는 미국과 유럽의 고마진 수출계약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지 AI 데이터센터 증설과 노후 전력망 교체 등의 외부 수요를 노리는 전략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익성이 양호한 북미 매출 비중 확대되고 전력기계 산업 전반의 수주 단가 상승을 감안하면 꾸준한 이익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효성중공업 창원공장 국내 중전기기 업체 중 최초로 차단기 누적 생산 10조원을 돌파. 사진=효성중공업
효성중공업 창원공장 국내 중전기기 업체 중 최초로 차단기 누적 생산 10조원을 돌파. 사진=효성중공업

국내 시장에선 효성중공업이 유일하게 보유한 HVDC(초고압 직류 송전) 기술력이 ‘효자’ 역할을 할 전망이다.

HVDC는 HVAC(초고압 교류 송전) 대비 먼 거리까지 전력손실을 최소화하며 송전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특히 효성이 보유한 전압형 HVDC 기술은 재생에너지 발전과 연계가 가능하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사업에서 효성중공업이 핵심 공급자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은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와 수도권 수요지를 연결하는 초고압 직류 송전망으로, 전압형 HVDC 기술이 핵심 인프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효성중공업은 그간 해외 전력기기 업체만 보유했던 HVDC 기술 국산화에 주력해 왔다. 오는 2027년 7월엔 경상남도 창원 공장 내 약 2만 9600㎡ 부지에 HVDC 변압기 전용공장 완공이 예정돼 있다. 국산화한 HVDC 기술로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K-전력’의 위상을 떨치겠다는 계획이다.

이상운 효성 부회장은 공장 신축 기공식에서 “해외 업체들이 선점해 온 HVDC 기술은 미래 송전망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수출 산업 육성을 위해선 기술 국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에너지 솔루션 리더로서 HVDC 기술 국산화를 선도해 ‘K-전력’의 위상을 떨칠 역량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