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사업(파운드리·시스템LSI)에서의 경쟁력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테슬라와 애플 등 대규모 수주를 연이어 따내면서 ‘초격차’ 회복에 본격 시동을 건 모양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의 실질적인 성과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 속에서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테슬라에 이어 애플까지…반도체 회복 ‘신호탄’

지난 7일 애플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의 반도체 공장에서 삼성과 협력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용되는 혁신적인 새로운 칩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 제품의 전력 효율성과 성능을 최적화하는 칩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아이폰 등에 탑재될 CMOS 이미지센서(CIS)를 공급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으로, 삼성전자는 이미지 센서 브랜드인 ‘아이소셀’을 보유하고 있다. 2021년에는 업계 최초로 2억 화소의 이미지센서를 선보이면서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애플은 이번 계약을 통해 미국 내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하는 한편, 협력사를 다변화해 소니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현재 애플은 소니의 이미지센서를 전량 탑재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소니는 글로벌 CIS 시장에서 51.6%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5.4%로 2위지만, 이번 계약을 계기로 양사 간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지난 3월 이미지센서 사업 철수를 공식화한 바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의미 있는 반전 카드가 될 수 있다. 증권가는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의 2분기 영업손실을 2조원대 후반으로 추산하는 가운데, 연이은 대형 수주가 실적 개선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주도하는 ‘시스템 반도체 1위’ 로드맵도 탄력받을 전망이다. 이 회장은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며 총 171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특히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해소한 이후 테슬라를 시작으로 잇단 수주 소식을 전하며 ‘총수 리더십’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계약에 따라 미국 테일러 공장에서 테슬라의 ‘AI6’ 칩을 양산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 HBM3E 비중 90% 상회”

삼성전자의 숙원인 비메모리 경쟁력 회복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면서 업계는 주력인 메모리, 그 중 HBM 사업 성과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7%로, 전년 동기(41%)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53%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며 격차를 벌렸다.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굳힐 때,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HBM3E(5세대) 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실적 개선에 발목이 잡혔다. 다만 AMD에 HBM3E 12단, 브로드컴에 HBM3E 8단 제품을 납품하면서 제품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HBM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30% 증가했고, 전체 HBM 수량 중 HBM3E가 차지하는 비중은 80%까지 확대됐다”며 “추가적으로 수요를 지속 확보하고 있어 올 하반기 HBM3E 판매 비중은 90%를 상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HBM4와 관련해선 “1c 나노 공정으로 전환 승인이 완료돼 제품 개발을 완료,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출하한 상황”이라며 “내년 HBM4 수요 확대 본격화에 맞춰 적기의 공급을 늘려나갈 예정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투자들을 지속 집행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HBM4가 실적 반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 공급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하반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4분기 주요 고객사에 대한 HBM3E 12단 공급 시작과 HBM4 샘플 인증의 순조로운 진행이 예상된다”며 “파운드리 부문은 엑시노스 2600의 갤럭시S26 탑재 가능성 확대와 수주 등으로 실적 턴어라운드 계기를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