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공원이 식품업계의 ‘여름 마케팅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기록적인 무더위 속 ‘한강 수영장’은 물론, 올해 운행을 시작한 ‘한강 버스’까지 인기를 끌며 한강공원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영향이다. 식품업계는 이 기회를 활용해 한강 곳곳에 마케팅 공간을 조성하고 MZ세대와의 접점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라면은 한강에서 끓여야 제맛”
식품업계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한강 마케팅에 나선 곳은 단연 라면업계다. 농심·오뚜기는 ‘한강버스 선착장’에 라면 체험 공간을 마련해 뜨거운 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강버스는 마곡부터 잠실까지 총 7개의 선착장을 오가는 서울의 수상 대중교통이다. 지난 7월 9일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했으며, 9월 정식 운항을 앞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농심은 지난달 9일과 10일 한강버스 여의도·잠실 선착장에 K라면 체험매장 ‘너구리의 라면가게’를 조성했다. 방문객은 한강버스 선착장 CU 편의점에서 라면을 구입한 뒤, 2층 너구리의 라면가게의 즉석 조리기를 이용해 직접 라면을 끓여 먹으면 된다. 내부는 지난 3월 출간된 동화책 ‘너구리 라면가게’에 묘사된 공간을 테마로, 너구리 캐릭터 포토존과 대형 컵라면 모양의 테이블, 농심 K라면 상징 연출물로 꾸며져 특별한 체험이 가능하다.
농심 관계자는 “벌써부터 체험매장 반응이 뜨겁다”며 “특히 주말 저녁에 라면을 끓여먹고 치킨과 라면을 함께 곁들이는 방문객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날씨가 선선해지고 한강버스가 정식 운항을 시작하면 방문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오뚜기는 라이프스타일 중심지인 압구정·뚝섬 선착장에 라면 체험매장인 ‘해피냠냠 라면가게’를 선보였다. 압구정점은 지난달 4일, 뚝섬점은 지난달 9일 정식 오픈했다. 선착장 CU 편의점에서 라면을 구매한 후, 2층에 마련된 브랜드 테마 공간에서 직접 조리해 먹는 농심과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오픈을 기념해 특별한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삼양식품은 무더위를 피해 ‘한강 수영장’을 찾는 피서객 겨냥에 나섰다. 7월부터 서울 여의도 한강수영장에 신제품 ‘탱글’을 비롯해 ‘삼양’, ‘불닭’, ‘맵탱’ 등 대표 제품들을 테마로 한 대형 홍보 부스를 운영 중이다. 이번 부스는 단순한 제품 홍보를 넘어, 폭염 속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도록 ‘게임존’과 ‘포토존’도 마련했다. 게임 참여자에게는 비치타올, 방수돗자리, 메시백, 지비츠, 컵 슬리브 등 시경품과 ‘불닭소스’ 2종의 샘플 제품이 제공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여름의 중심지인 한강수영장에서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며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숏츠 등 주요 SNS에서 한강수영장 내 삼양 부스를 배경으로 한 사진과 해시태그가 빠르게 확산되는 등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한강 보며 치킨 먹고 커피 마시고

라면업계 외에도 치킨 프랜차이즈부터 커피 전문점까지 다양한 외식 브랜드들이 한강버스 선착장 근처에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며 MZ세대의 흥미를 끌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여의도·잠실 선착장에 신규 매장을 열었다. 황금올리브 치킨, 황금올리브 치킨 양념 등 치킨류 6종, 감자튀김, 떡볶이 등 사이드 메뉴 11종, 페페로니 시카고 피자 등 2종을 판매한다. 음료와 치킨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테이크 아웃 전용 메뉴인 ‘뻥치’와 치킨, 사이드메뉴, 피자 등이 포함된 세트 메뉴도 맛볼 수 있다. BBQ는 잠실선착장과 여의도선착장을 시작으로 망원, 압구정, 뚝섬 선착장에 추가적으로 문을 열 계획이다.
스타벅스코리아 또한 여의도와 뚝섬 한강공원에 위치한 한강버스 선착장에 한강뷰와 함께 시원한 맥주, 칵테일 등을 즐길 수 있는 각기 다른 콘셉트의 신규 매장을 오픈했다. 스타벅스가 한강변에 매장을 낸 것은 약 4년 만이다. 오는 9월 서울시의 새로운 수상 대중교통인 ‘한강버스’가 운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신규 매장을 선보이게 됐다는 설명이다.
여의도한강공원점은 크루즈에서 영감을 얻은 인테리어가 적용된 매장으로, 선박 분위기를 연출하는 가구와 마감장식, 조명 등을 사용했다. 뚝섬한강공원점은 한강버스 뚝섬선착장 1층에 위치해 강에 떠 있는 듯한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늦은 밤에도 야경을 즐기는 고객들을 위해 매일 오후 11시까지 운영한다. 두 매장 모두 각기 다른 콘셉트와 색다른 매장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만큼, 일반 매장과는 다른 특별한 경험을 위해 ‘퍼플 망고 용과 피냐 콜라다’, ‘핑크 자몽 럼 토닉’, ‘패션티 코스모폴리탄’ 등 인기 칵테일과 맥주를 판매한다.
한강공원이 식품업계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는 데에는 뚜렷한 이유가 있다. 한강은 이제 젊은 세대에게 여가 생활 중심지로 인식되고 있다. 식품업계에게 있어선 자연스럽게 MZ세대와의 접점을 넓힐 수 있는 마케팅 공간인 셈이다. 여기에 한강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까지 늘어나면서 글로벌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채널로도 주목받는 추세다.
식품업계는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한강이라는 공간을 ‘여름 한정 마케팅’을 넘어 ‘전략적 브랜드 경험 플랫폼’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강은 MZ세대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브랜드 체험과 노출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마케팅 요충지로 평가받는다”며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으로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