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또다시 국내 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요청하며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정부의 결정을 앞두고 ‘보안 처리된 위성사진 구매’라는 타협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분위기는 나쁘다. 국가 안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무엇보다 구글의 주장은 국내 실정을 외면한 억지에 가깝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구글은 지난 5일 군사기지 등 민감 시설이 가림 처리된 위성사진을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제스처를 보였다. 2011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친 지도 반출 시도가 무산된 핵심 이유였던 ‘안보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본질을 외면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해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문제의 핵심은 지도 데이터다. 만약 이 데이터가 해외 서버에 저장될 경우 우리 정부의 통제권이 사실상 무력화된다는 점을 간과하면 곤란하다. 가림 처리를 하더라도 원본 데이터가 해외로 넘어가는 이상 국가 안보 정보 유출의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우리 법에 따른 삭제나 압수수색 등의 주권 행사가 외국 기업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해지는 사태가 닥쳐올 수 있다. 실제로 국방부가 2021년 구글에 주요 안보 시설에 대한 식별 제한을 요구했음에도 구글은 여전히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주도권을 구글에게 줄 경우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구글 측은 반출을 요청한 1대 5000 축척 지도가 ‘고정밀 지도’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1대 5000 지도는 1대 2만5000 지도에 비해 5배나 더 정밀한 고정밀 지도에 해당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고정밀 지도가 아니라고 말하는 배포 하나는 인정할 만하다.
정밀도는 상대적인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구글이 자의적인 기준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국토지리정보원 역시 해당 지도를 ‘고정밀 국가기본도’로 분류하고 있어 구글의 주장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구글은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 해소’와 ‘국내 서비스 기능 제한’을 반출의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정밀 지도가 없는 북한 평양에서도 길 찾기 서비스가 제공되는 현실은 구글의 주장이 명분 쌓기에 불과함을 보여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이미 국내 기업인 티맵모빌리티로부터 1대 5000 지도를 구매해 사용하고 있음에도 핵심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심지어 전 세계적으로 1대 5000 수준의 전국 지도를 구축한 국가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는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된 국가의 핵심 자산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데이터를 별다른 대가 없이 글로벌 기업에 넘겨주는 것은 데이터 주권을 포기하는 행위이자, 국내 공간정보 산업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구글이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는 등 책임 있는 조치를 외면한 채, 일방적인 요구만 반복하는 상황에서 지도 반출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물론 구한말 흥선대원군처럼 모든 것을 걸어잠구는 ICT 쇄국정책에는 반대한다. 공공 클라우드 CSAP 사례처럼, AWS나 MS 등에게 일부 문을 열어주어 국내 생태계와의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정책적 결정에는 결국 국익이 절대반지다. 하나하나 세부적 사안에 접근해 냉정하게 이해득실을 따져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구글 지도 반출은 득보다 실이 크다.
일각에서는 외교적 압박을 말하기도 하지만, 이는 관련 경제 및 안보 사항을 총체적으로 검토해 원스톱 패키지로 풀어내면 될 일이다. 어렵겠지만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다.
한편 정부는 오는 8일 관계 부처 협의체 회의를 열어 구글의 요청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의 통상 압박이라는 외교적 변수가 존재하지만, 눈앞의 이익이나 압력에 굴복해 국가 안보의 빗장을 스스로 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의 현명하고 단호한 결정을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