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6·27 대출규제 시행 이후 서울에서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한 매수자가 규제 전보다 27.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6억원 한도 제한과 생애최초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 하향 등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무주택 실수요자까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5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서울 지역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연립주택·다세대 주택 등)을 매입한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는 5826명으로 집계됐다. 6·27 대출규제 시행 전 같은 기간(5월 28일~6월 27일) 8051명과 비교해 27.6% 감소했다.

특히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권과 한강변 단지의 매수세 감소가 두드러졌다. 강남구는 규제 전 483명에서 7월 143명으로 70.4% 감소했다. 서초구도 같은 기간 18.5% 줄었다.

한강벨트로 불리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은 마포구 321명→274명(-14.6%), 용산구 135명→101명(-25.2%), 성동구 340명→220명(-35.3%)으로 각각 줄었다.

대출 규제로 실수요가 이동할 것으로 예상됐던 서울의 중저가 밀집 지역도 영향을 받았다. 도봉구는 139명에서 116명으로 16.5% 감소했고, 강북구는 144명에서 120명으로 16.7% 줄었다.

연령별로는 50대의 매수세 감소폭이 가장 컸다. 규제 전 1053명에서 7월 605명으로 42.6% 줄었다. 40대는 2232명에서 1423명으로 36.2% 감소했고 60대도 375명에서 259명으로 31.0% 줄었다. 30대는 3627명에서 2897명으로 20.1%, 20대는 620명에서 537명으로 13.4% 줄었다.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가 크게 줄어든 것은 수도권 주담대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매수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수도권 주택을 구입할 때 주담대를 받으면 6개월 이내 전입 의무를 부과하고 다주택자가 추가로 주택을 구입할 때는 주담대를 받을 수 없게 하는 등 투기적 수요 억제책을 폈다.

다만 6·27 대책에 생애 최초 주택 매수자에 대한 LTV를 기존 80%에서 70%로 축소하고 생애 최초, 신혼부부,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자금 대출 한도 축소도 포함됐다. 대출을 활용해 중저가 주택을 마련하려던 실수요자까지 영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6월 서울 부동산 시장은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둔 데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대감 등이 맞물려 매주 상승 폭이 확대됐다. ‘지금 사지 않으면 더 오른다’는 불안 심리로 매수세가 확대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정부는 집값 급등세를 잡기 위해 '6·27 대출규제'를 시행했다. 규제 이후 집값 급등세는 한풀 꺾였고 거래량도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관망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6월 넷째 주 99.3이었던 매수우위지수는 규제 시행 이후인 다섯째 주 76.4로 하락했다. 이어 7월 첫째 주 60.6, 둘째 주 55.2, 넷째 주에는 51까지 떨어졌다. 매수우위지수는 KB부동산이 공인중개사 대상 설문조사 응답을 집계한 결과로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 많음’을, 100 미만일수록 ‘매도자 많음’을 의미한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 규제를 시행하면서 주담대에 대한 관리수준을 강화하기 위해 실수요가 아닌 대출을 제한하는 데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금부자만 내집을 마련할 수 있고, 현금이 부족한 무주택자나 실수요자는 내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출 규제 시행이 한 달이 지난 가운데 무주택 실수요자 위축이 현실화된 모습이다. 실수요자에 대한 선별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무주택 실수요자의 초기 주거 안정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률적 규제 적용은 실수요 보호라는 원칙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며 "생애최초 구입자 등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선별적 규제 완화 또는 예외 적용 등의 정밀한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