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가 금융위원회의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통합하고, 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과 합쳐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가칭)로 개편하는 내용 등을 담은 조직 개편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위원회가 사실상 해체 기로에 놓였다.
이재명 정부의 조직개편안은 이단 13일께 발표될 예정이다.
당초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달 말 대국민보고 형식으로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한 차례 미뤄진 것이다.
당초 계획보다 정부조직개편의 속도가 더뎌진 이유는 정부의 첫 조직 개편인 만큼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와 산업자원통상부의 기후와 에너지 파트를 분리해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각 부처의 반발도 나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이 뿐 아니라, 기재부와 검찰 조직개편 등 민감한 사안이 산적해 있다.
기재부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누는 안이 유력하다. 검찰청 폐지 골자의 검찰 조직 개편안도 이번 조직 개편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여당에서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내용의 '검찰개혁 4법'을 발의했다.
국정위는 정부 조직 개편안 등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하며 막바지 정리 작업 중에 있다. 개편이 유력한 기재부와 검찰 조직 등에 대한 추가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위의 법적 활동 기한은 60일로 이달 14일까지 활동할 수 있다. 1회에 한해 최장 20일까지 연장할 수 있지만 국정위는 조기에 활동을 마무리 하겠다고 했다.
특히 국정위가 금융위를 해체하고 금감위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한 개편안을 보고하면서, 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떼어낸 금융위의 감독 기능과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한 금감원을 합쳐 금감위가 출범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금감위가 부활하면 금융위, 금융감독원 체제가 17년 만에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이에 더해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가 감독 권한까지 부여받아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으로 분리·격상될지에도 촉각이 세워진 분위기다.
다만 이처럼 정부의 금융조직 개편안이 구체화되고 있지만, 현실화까지는 만만치 않은 험로가 예상된다. 최종 결정권자인 이 대통령의 판단은 물론, 위헌 논란과 입법 절차, 정무적 이해관계까지 모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대통령의 최종 선택이 남아 있다. 이 대통령은 앞서 '6·27 대출 규제'와 중대재해 반복 기업에 대한 대출 제한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금융위의 기획·정책 기능을 인정한 바 있다. 이같은 점에서 금융감독 기능을 민간 주도 기구인 금감위로 분리하는 국정위의 구상이 이 대통령의 철학과 부합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금융위 또한 새 정부 들어 대통령이 언급한 지시사항이나 금융 관련 정책에 대해 즉시 현장간담회를 소집해 정책으로 반영하는 등 존재감을 알리는데 사활을 걸면서 금융당국 조직개편 기류도 달라졌다.
지난달 4일 이 대통령의 충청권 타운홀 미팅 이후 금융위는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한 현장간담회 ▲생산적 금융 확대 관련 비공개 간담회 ▲인공지능(AI)·데이터 활용 소상공인 금융애로 해결 현장 간담회 ▲소상공인 금융애로 현장소통 간담회 등 잇따라 현장과의 소통 행사를 개최했다.
특히 소상공인연합회 간담회에서 건의사항으로 나온 개인사업자 대출 갈아타기, 중도상환수수료 완화, 금리인하 요구권 현실화 등에 대해서는 즉시 검토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은행들의 '이자놀이'를 지적하자 금융위는 나흘 만에 예정에 없던 생산적 금융 확대 관련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은행들의 의견을 듣고 위험가중자산(RWA) 제도 개선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최근 금융위를 향해 "적절한 규제로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칭찬한데 이어 공석이던 금융위 부위원장을 내부에서 발탁해 승진시키자 금융당국 조직개편과 관련해 국정위와 대통령실의 이견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마저 돌았다. 이러한 분위기는 국정위의 보고대로 금융위 해체 수순이 현실화될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관측의 근거가 되고 있다.
헌법적 논란도 여전히 유효하다.
국정위는 "감독의 독립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학계와 법제처는 "행정권한의 민간 위임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법제처는 지난 2017년 국무조정실·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과의 협의에서 "금융감독 권한을 포괄적으로 민간 기관인 금감원에 위임하는 것은 헌법 제66조 제4항과 정부조직법 제6조에 위배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해당 조항은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정권한은 원칙적으로 행정기관과 공무원이 행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금감원이 현재도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제재 등 침익적 행정행위를 수행하고 있고,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공법인에게는 법률로 직접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정부조직법 제6조는 법률에 의해 권한이 부여된 공공단체를 행정권 위임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정책과 감독 기능 분리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뚜렷하다.
기능 분리를 통해 금융산업 진흥과 소비자 보호 사이의 균형을 꾀하자는 의견이 있는 반면, 현장에서는 정책과 규제가 혼재돼 있어 오히려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즉, 이론적으로 정책과 규제를 구분할 수 있어도 실제 집행 과정에서는 정책이 규제의 형식을 띠거나 규제가 정책적 효과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입법과정의 벽도 만만치 않다.
금융위 설치법은 물론, 정부조직법, 은행법 등 관련 법률을 일괄 정비해야 하는 만큼 여야 합의가 필수다.
특히 해당 법안을 다루는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이 야당인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상임위 문턱부터 정치적 논쟁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소비자 보호 강화를 명분으로 신설이 추진되는 금소원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금소원이 감독권한 없이 단순 민원처리 기구에 그칠 경우, 소비자 보호 기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반발이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달 약 1500명의 금감원 직원들은 금소처 분리안에 반대하는 호소문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장 우려는 국정기획위 개편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소원이 설립되더라도 맨파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혼란이 불가피하고 피해는 소비자들이 보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