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양국이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당초 예고됐던 25% 관세가 15%로 낮아졌다. 다만, 기존 10%보다 높아진 관세 부담으로 K푸드와 K뷰티 업계의 부담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역시 가격 인상과 현지화 전략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K푸드 어쩌나…삼양식품 ‘비상’
1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미 투자 확대 등을 조건으로 한국에 부과될 예정이었던 상호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하게 됐으나, 지난 4월부터 적용받은 관세(10%)보다 5%포인트 높아졌다는 점에서 K푸드와 K뷰티 업계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장 큰 직격타를 맞게 될 식품사로는 삼양식품이 꼽힌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삼양식품의 전체 매출(1조7280억원) 중 80% 가량이 해외에서 발생할 정도다. 특히 이중 28%(3868억원)는 미국 법인이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에서의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뜨겁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삼양식품의 경우 미국 현지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제품 전량을 한국에서 수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 100%는 경남 밀양공장에서 생산한다. 결국 관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4월에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미국 관세율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대응책을 논의해 왔다.
논의 끝에 삼양식품은 현지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불닭볶음면의 봉지당 판매 가격은 1.5달러 정도다. 구체적인 인상률과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미국 법인과 현지 주요 거래처 간 협의 후 가격을 올릴 전망이다.
이외에도 미국 현지에 생산 시설이 없는 오뚜기와 미국에서 판매되는 빼빼로를 전량 한국에서 생산하는 롯데웰푸드도 대응 방안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종가 브랜드로 미국에 진출한 대상은 미국 현지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일부 김치류와 장류만 생산하고 있다. 이에 미국 공장 라인 증설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K뷰티, 상대적으로 ‘방어 가능’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K뷰티도 관세 적용 대상이다. 뷰티업계는 다른 업종에 비해 비교적 제한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먼저 미국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뷰티 브랜드의 경우, 이미 가격 경쟁력이 높고 생산 원가가 낮다는 점에서 관세 인상에 따른 시장 경쟁력 훼손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들은 이미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확보하고 있어 관세 부담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담이 완전히 없다고 보긴 어렵지만, 다른 업종에 비해 타격이 제한적인 편”이라며 “이미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한 ODM 기업들이 있고, K뷰티는 가격 경쟁력과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 단기적인 시장 이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국내 대형 화장품 기업은 관세 인상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 중 12.3%가 북미 지역에서 발생한다. 해외 매출 중에서는 31%를 차지해 북미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어 영향이 더 크다. 이에 따라 관세로 인한 원가 부담 확대 여부를 따져보는 한편, 미국 현지 유통 파트너들과 가격 조율에 나서고 있다.
전체 매출 중 북미 매출이 8%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LG생활건강 역시 관세 변화에 따른 미국 시장 상황을 지켜본 이후 유연하게 사업 전략을 세워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일부 K뷰티 업체는 직수출 구조를 바탕으로 인보이스(수출신고)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관세를 대응하고 있다”며 “다수의 B2B(기업간거래) 업체들은 미국 현지 물류창고에 일정 수준의 재고를 확보해두고 있어 관세 인상이 즉각적으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보다는 일정 기간 완충 작용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