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항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와 세워져 있는 수출용 자동차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평택항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와 세워져 있는 수출용 자동차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미 관세 협정과 관련해 국내 산업계는 “큰 고비를 넘겼다”며 안도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더불어 재계 총수들의 ‘원팀’ 전략이 협상 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품목별 관세 등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관세 리스크는 여전한 숙제로 남아있다.

‘15%’ 관세 협상 타결…대미 투자 속도붙나

LG에너지솔루션이 건설중인 美 애리조나 원통형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이 건설중인 美 애리조나 원통형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월 31일(현지시간) 주요 교역국과 진행한 무역 협상 결과를 반영해 기존에 발표한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조정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전날(30일) 미국은 한국과 기존 상호관세율 25%에서 15%로 인하하는데 합의, 행정명령 부속서에 명시된 국가별 상호관세율에도 한국은 15%로 돼있다.

국내 재계 총수들의 ‘막판 외교전’이 협상에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28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시작으로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30일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연이어 방문하며 관세 협상에 총력전을 펼쳤다.

이번 협상 타결을 계기로 국내 핵심 기업들의 대미(對美)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23조원 규모 파운드리 공급계약을 체결, LG에너지솔루션도 6조원에 육박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를 테슬라에 공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열린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이번 수주는) 당사의 선단 공정 경쟁력을 입증하는 계기로, 향후 대형 고객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며 “미국 테일러 공장을 포함한 선단 노드의 안정적인 팹 가동이 전망되고 매출·손익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백악관에서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현대차도 이번 협정을 계기로 대미 투자 계획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31일(현지시간) 한미 무역 합의에 대해 “앞으로의 비즈니스에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공한다”며 현대차의 미국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장기적인 플랜을 실행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환경”이라며 “현대차그룹의 21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전략과 10만개 이상의 직간접적인 일자리 창출 약속을 강화한다”고 덧붙였다.

남아있는 품목별 관세…리스크 ‘여전’

삼성의 미국 텍사스 공장. 사진=연합뉴스
삼성의 미국 텍사스 공장. 사진=연합뉴스

다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추후 발표될 반도체·의약품 등의 품목별 관세에도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품목관세 부과를 위한 안보영향 조사가 진행 중으로 최종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반도체 품목관세가 메모리 등 중간재를 넘어 스마트폰과 노트북, 가전 등 완제품까지 확대될 경우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는 ‘한미 무역합의 내용 및 영향 점검’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품목별 관세도 이번 상호관세율과 유사한 수준인 15%가 부과된다면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15% 내외의 가격 인하가 예상된다”며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가전제품에 대해서는 “가전의 경우 북미향 매출 비중이 다소 높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특히 가전의 주요 원재료인 철강 관세가 유지된다면 어려운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전자·디스플레이 업종의 경우 “완제품 공장이 중국과 동남아 등에 위치해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이들 국가에 대한 미국의 관세”라고 덧붙였다.

업계 우려 역시 여전하다. 올해 하반기 관세 여파와 현지 투자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들의 부담은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8월 중순 발표가 예상되는 미국 상무부의 반도체·반도체 파생 제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반도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등 완제품도 포함돼 있어 사업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미국 상무부 조사에 직간접적으로 의견을 전달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른 기회와 리스크를 다각도로 분석해 비즈니스 영향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도 “하반기에는 미국의 국가별 상호관세가 본격화되고 OBBBA(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 발효 등 비우호적인 정책환경으로 소비자 수요 불확실성이 크게 증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