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2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삼성전자가 하반기 실적 반등을 위해 총력전에 나선다. 주력인 반도체 사업 경쟁력 회복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는 동시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비중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그룹 내 ‘아픈 손가락’으로 지목돼 온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대형 수주에 성공하면서, 이를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삼아 하반기 반등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HBM4 샘플 출하…경쟁력 확보 총력”

삼성전자 HBM3E D램.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HBM3E D램.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74조5663억원, 영업이익 4조6761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6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5.23% 감소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은 매출 27조9000억원, 영업이익 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2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2023년 4분기 이후 최저치다.

서버용 고부가 메모리 제품과 파운드리 주요 거래선에 대한 판매 확대로 전분기 대비 매출이 11% 증가했지만 메모리 사업의 재고 자산 평가 충당금과 비메모리 사업의 대중 제재 영향에 따른 재고 충당 발생으로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8000억원 감소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HBM 수요에 적극 대응하며 시장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 HBM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30% 증가했고, 전체 HBM 수량 중 HBM3E가 차지하는 비중은 80%까지 확대됐다”며 “추가적으로 수요를 지속 확보하고 있어 올 하반기 HBM3E 판매 비중은 90%를 상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반기 양산 예정인 HBM4와 관련해서는 “1c 나노 공정으로 전환 승인이 완료돼 제품 개발을 완료,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출하한 상황”이라며 “내년 HBM4 수요 확대 본격화에 맞춰 적기의 공급을 늘려나갈 예정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투자들을 지속 집행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모바일 AP ‘엑시노스 2500’.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홈페이지
삼성전자가 공개한 모바일 AP ‘엑시노스 2500’.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홈페이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S26’ 시리즈에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2600’을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엑시노스2500은 성능 강화 등을 통해 지난 1월에 출시된 폴더블 모델의 신규 신입을 성공했고 이를 발판으로 신규 모델 추가 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엑시노스2600은 GAA 공정 기술 2나노 최초 제품인 만큼 파운드리 사업부와도 긴밀히 협의해 내년 주요 고객사 플래그십 모델 진입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엑시노스2600은 전작 대비 큰폭의 성능 향상이 있어 온디바이스 AI 기능 지원을 강화할 수 있다”면서도 “엑시노스 2600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부와 함께 공정 성숙도를 높여 향후 제품들의 경쟁력을 확보해 가는 교두보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美 관세 타결로 불확실성 감소…M&A 업체 검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날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해서는 “협상 타결을 통해 불확실성이 감소됐다고 생각한다”며 “발표된 합의 내용의 세부 사항들에 대한 양국 간 추가 논의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이에 맞춰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8월 중순 발표가 예상되는 미국 상무부의 반도체·반도체 파생 제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반도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등 완제품도 포함돼 있어 사업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미국 상무부 조사에 직간접적으로 의견을 전달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른 기회와 리스크를 다각도로 분석해 비즈니스 영향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의 미국 텍사스 공장. 사진=연합뉴스
삼성의 미국 텍사스 공장. 사진=연합뉴스

최근 테슬라와 23조원 규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서는 “당사의 선단 공정 경쟁력을 입증하는 계기로, 향후 대형 고객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며 “미국 테일러 공장을 포함한 선단 노드의 안정적인 팹 가동이 전망되고 매출·손익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내 다양한 고객들의 첨단 반도체 수주를 목표로 테일러 신규 팹 구축을 추진하고 있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이 시작될 예정”이라면서 “이를 감안해 올해 대비 내년 시설 투자 규모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성장동력 분야의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인수합병(M&A) 전략도 계속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는 M&A 뿐만 아니라 미래 신기술, 신사업 센싱 및 우수 기술 업체 발굴 협력을 위한 벤처투자로 AI 로봇, 디지털 헬스 등 분야를 중심으로 약 40여 개 업체에 1억2000만달러 이상을 투자했다”면서 “이는 삼성전자 역대 반기 기준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특히 “AI, 공조, 메디텍, 로봇, 전장, 핀테크, 부품 등 다양한 신성장 분야에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후보 업체들을 검토 중에 있다”며 “가시화되는 대로 공유하겠다”고 덧붙였다.

“하반기, AI·로봇 중심 성장…혁신 제품 출시”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하반기 전망에 대해 “글로벌 무역환경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전세계적인 성장 둔화가 우려된다”면서도 “AI와 로봇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확산되며 IT 시황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는 D램의 경우 HBM, 고용량 DDR5, LPDDR5x, 24Gb GDDR7 등으로 AI 서버용 제품 수요 강세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낸드는 8세대 V낸드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서버 수요에 대응해 고용량, 고성능 SSD 판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시스템LSI는 내년도 플래그십 라인업 진입을 목표로 엑시노스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 파운드리는 GAA 2나노 공정을 적용한 모바일 신제품 양산을 본격화하고 주요 거래선 판매 확대를 통해 가동률 향상과 수익성 개선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DX부문은 갤럭시Z 폴드·플립7 등 폴더블 신제품과 갤럭시S25 시리즈 등 플래그십 중심으로 판매를 지속하고, AI가 강화된 A시리즈 신제품 출시를 통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태블릿과 웨어러블 제품은 AI 기능 강화에 집중하고, 확장현실(XR) 헤드셋과 트라이폴드 등 혁신 제품들을 연내 출시해 갤럭시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VD는 시청 경험이 향상된 AI TV 라인업으로 성수기 수요에 조기 대응해 매출 성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생활가전은 AI가전 판매 확대와 함께 냉난방공조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공급지 최적화 등을 통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디스플레이는 대형 부문에서 안정적인 TV 패널 공급과 모니터 라인업을 보강해 QD-OLED 확대를 가속화할 방침이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이날 열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실적은) 2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에는 반등하는 ‘상저하고’의 모습을 예상하고 있다”며 “첨단 반도체의 기술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및 AI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