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음식점 메뉴판에 민생회복 지원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음식점 메뉴판에 민생회복 지원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을 통해 민생 회복 정책을 본격화한다. 이번 추경은 소비 진작과 채무 경감을 함께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내수 활성화와 서민 재기 지원을 동시에 겨냥한다. 

정부는 약 12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이하 소비쿠폰)을 지급하고 있다. 소비쿠폰이란, 연 매출 30억원 이하 매장에서만 사용 가능한 민생 지원금으로, 소득 수준에 따라 1인당 15만원에서 55만원까지 지급되며, 신청 다음날부터 11월 30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지난 21일부터 시행된 소비쿠폰은, 시행 첫 주에만 3967만 명이 신청하며 전체 대상자의 78.4%가 신청을 마쳤다. 지급액은 약 7조1200억원에 달하며, 신청 속도는 2020년 긴급 재난지원금과 2021년 국민지원금을 상회했다.

업계에서는 소비쿠폰의 빠른 소진 배경 중 하나로 정부의 '찾아가는 신청 서비스'를 꼽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고령자, 장애인, 호우 피해 이재민 등 직접 신청이 어려운 국민을 대상으로 읍면동 주민센터에 신청을 요청하면 지자체 공무원이 현장을 방문해 신청 절차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소상공인 중심으로 소비 진작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기업·소상공인 81.1%가 소비쿠폰이 내수 활성화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소비 위축과 폐업 증가 상황에서 , 이번 조치가 직접적인 매출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경남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A씨는 "소비쿠폰이 지급된 뒤로 매장을 찾는 손님 수가 확실히 늘었다"며 "예전엔 점심시간 이후엔 한산한 날이 많았는데, 최근엔 오후 시간대에도 물건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고, 일부 품목은 평소보다 빨리 동이 났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소비쿠폰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분명하다"며 "아직 시행 초기라 구체적인 수치는 없지만, 동네 슈퍼 등 소규모 매장에서 매대가 예전보다 빠르게 비워지는 등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일부 병의원이나 전문직종에서도 쿠폰 사용이 허용된 부분은 실효성 면에서 의문이 제기된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하나로마트와 같은 일부 대형 유통점에서도 사용이 가능한데, 이런 사례는 지역 상권을 오히려 잠식해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정책의 본래 목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채무조정 확대…장기 연체자·소상공인 회생 지원 본격화

서울 한 편의점에 붙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 안내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편의점에 붙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 안내문 모습. 사진=연합뉴스

채무조정 정책도 함께 추진된다. 정부는 장기 연체자가 급여 압류나 추심 등으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이들이 채무조정을 통해 제도권 금융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장기연체자들은 불법 사금융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채무 정리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불법 금융으로의 유입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소상공인들에 대한 채무조정 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재기 지원을 위해 관련 채무조정 프로그램 대상자를 확대하고, 부담 경감을 위한 맞춤형 대책을 병행 추진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2차 추경을 통해 총 1조1000억원 규모의 채무조정 예산을 편성, 장기 연체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4000억원은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의 장기 연체채권을 매입해 소각하거나, 상환 부담을 완화하는 데 사용된다. 7000억원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 채무조정 프로그램 확대에 투입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8월 중 부실채권 전담 기구인 이른바 '배드뱅크'를 설립하고, 10월부터 연체채권 매입에 들어갈 계획이다. 

소상공인 대상 '새출발기금'도 지원 범위가 확대된다. 지원 대상은 기존 2024년 11월 중 사업을 영위한 소상공인 자영업자에서 2025년 6월까지 사업을 영위한 자영업자 까지 확대했다. 총 채무 1억원 이하인 중위소득 60% 이하 저소득 차주에 대해서는 원금 감면율이 기존 최대 80%에서 90%로 상향된다. 분할 상환 기간도 최대 10년에서 20년까지 늘어난다. 

하지만 채무조정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장기 연체자 채무조정에 대해 '반대한다'는 응답이 59.1%로, '찬성한다'(40.9%)를 웃돌았다.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와 도덕적 헤이 가능성이 이유로 꼽혔다. 

정부는 이에 대해 소득과 재산에 대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상환 능력이 사실상 없는 채무자에 한해 채권을 소각하고, 유흥업종이나 주식투자 등 도덕적 해이 우려가 큰 채권은 매입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성실 상환자에 대해서는 금리 인하, 만기 연장, 저리 자금 지원 등을 통해 부담을 완화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장기 연체자의 상당수가 경제적 재기를 위한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채무조정은 제도권 금융으로 복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조치"라며 "불법 사금융 유입을 막고 사회 전체의 금융 안정성을 높이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분별한 탕감이 아닌, 철저한 심사를 통해 상환 능력이 없는 경우에만 한정해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며, "성실 상환자에 대해서도 금리 인하나 만기 연장 등의 방식으로 형평성 문제를 보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