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가 29일 여름방학 및 휴가 시즌을 겨냥한 ‘몰아보기 추천작’ 목록을 발표했다. 서늘한 공포물부터 1020 세대를 위한 애니메이션 2000년대 명작 로맨스까지 다채로운 콘텐츠를 엄선한 이번 발표는 단순히 콘텐츠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치열한 OTT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웨이브의 전략적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거대 기업과 국내 경쟁사들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는 ‘쩐의 전쟁’ 속에서 웨이브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큐레이션 전략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독점 공개 콘텐츠로 차별성을 확보하고 특정 팬덤을 겨냥한 장르물과 시대를 초월하는 명작을 재조명해 충성도 높은 이용자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무한한 콘텐츠의 바다에서 무엇을 봐야 할지 고민하는 소비자들에게 명확한 가이드를 제시하며 플랫폼의 가치를 높이는 영리한 접근법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라인업은 웨이브의 이러한 전략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예시다. 먼저 ‘호러의 제왕’ 스티븐 킹이 극찬하고 제임스 완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티컵: 침입자’를 국내 최초로 선보이며 공포물 마니아들을 정조준했다. 또한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한 ‘처키’ 시리즈를 통해 작품성으로 승부하며 고전적인 공포 팬덤의 유입을 노린다. 편의점 학교 등 일상 공간을 배경으로 한 웨이브 오리지널 ‘호러나이츠’는 한국형 공포에 목마른 시청자들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다.

사진=웨이브
사진=웨이브

여름방학을 맞은 1020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애니메이션 라인업 강화도 눈에 띈다. 일본 거장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냐이트 오브 더 리빙 캣’을 독점 공개해 독특한 소재로 젊은 층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여기에 오는 8월 극장판 개봉을 앞둔 ‘귀멸의 칼날’ 시리즈 전편과 전설적인 애니메이션 ‘나루토’ 리마스터링 버전을 제공하며 ‘정주행’ 수요를 흡수하려는 전략이다. 이는 특정 작품의 개봉이나 이벤트에 맞춰 관련 콘텐츠를 묶어 제공하는 다른 플랫폼의 팬덤 공략법과 궤를 같이한다.

이번 추천작 리스트의 백미는 ‘추억 소환’ 전략이다. 2000년대 초반 신드롬을 일으켰던 K드라마 ‘올인’과 ‘쾌걸춘향’을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되살려냈다. 이는 막대한 제작비가 드는 신작과 달리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3040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고 이들의 재방문을 유도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당시의 주역이었던 이병헌 송혜교 한채영 재희의 풋풋한 모습을 고화질로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은 강력한 유인책이 된다. 최근 독점 공개한 중국의 첫사랑 재회 로맨스 ‘런 잇 러브’ 역시 중화권 드라마 팬이라는 특정 수요층을 만족시키기 위한 포석이다.

결국 웨이브의 여름 콘텐츠 제시는 단순한 볼거리 소개가 아니다. 무한 경쟁에 돌입한 OTT 시장에서 자신들만이 가진 강점 즉 방대한 국내 명작 아카이브와 특정 장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 ‘큐레이션’ 능력을 전면에 내세운 출사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