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보이스피싱과 스미싱 범죄 조직의 서버를 직접 추적하고 해킹 과정을 시연하며 통신사의 역할이 단순 방어를 넘어선 '범죄 척결'에 있음을 선언했다. 이는 단순 기술 시연을 넘어, 과거의 보안 이슈로 흔들렸던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통신 시장의 경쟁 패러다임을 '속도'에서 '안전'으로 전환하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LG유플러스는 29일 기술 투자를 통한 보안 강화를 넘어 사회적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겠다는 전략적 목표를 담은 비전을 발표했다.

이날 LG유플러스는 용산사옥에서 간담회를 열고 3대 보안 체계와 보이스피싱 예방 풀패키지를 중심으로 한 '보안 퍼스트' 전략을 공개했다. 행사의 백미는 단연 업계 유일의 '악성 앱 서버 직접 추적' 기술 시연이었다. 범죄 조직이 악성 앱을 통해 스마트폰의 전화와 메시지를 가로채고 카메라까지 원격으로 조종하는 모습은 보이스피싱이 더는 어수룩한 사람만 당하는 범죄가 아니라 기술적으로 무장한 고도화된 공격임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사진=LG유플러스
사진=LG유플러스

이러한 공격적인 행보는 통신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와 맞물려 있다. 속도와 요금제 중심의 경쟁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통신3사는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왔다. SK텔레콤이나 KT 등 경쟁사 역시 AI를 활용한 스팸 문자 및 보이스피싱 전화 필터링 시스템을 고도화하며 '방어'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해왔다.

LG유플러스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범죄의 '서버'라는 심장부를 직접 겨냥하고 경찰과 현장 공조까지 나서는 '공격'적인 역할을 자처했다. 이는 경쟁의 축을 방어에서 공격으로, 사후 차단에서 선제적 추적으로 옮겨 '가장 적극적으로 고객을 지키는 통신사'라는 새로운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홍관희 LG유플러스 정보보안센터장(CISO/CPO)은 "악성 앱이 설치되면 전화를 어디로 걸든 범죄 조직이 가로채게 되고 스마트폰 카메라 마이크 등을 통해 실시간 도·감청이 가능해져 피해자는 보이스피싱에 취약해지고 심리적으로도 위축된다"며 "시급한 보호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범죄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이 추적 기술을 통해 지난 2분기 경찰에 접수된 전체 보이스피싱 사건의 약 23%를 자사가 먼저 인지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대대적인 전략 전환의 배경에는 뼈아픈 과거가 있다. 연이은 개인정보 유출과 디도스 공격 등으로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임을 인지한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약 7000억원을 보안 분야에 쏟아붓는다고 밝혔다. 올해에만 전년 대비 31.1% 증가한 약 828억원을 투자하며 정보보호 전담인력도 지난해 157.5명에서 올해 292.9명으로 86.0%나 늘렸다. 이는 보안을 더 이상 비용이 아닌 고객 신뢰를 되찾기 위한 최우선 투자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투자의 최종 목표는 2027년까지 완성할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모델이다. 이는 '절대 믿지 말고 항상 검증하라'는 원칙 아래 내부와 외부를 가리지 않고 모든 접근을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하는 차세대 보안 체계다. 기존의 경계를 지키는 성벽 모델에서 벗어나 모든 데이터와 사용자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보호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보안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LG유플러스는 자사의 노력만으로는 이 사회적 재난을 막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날 LG유플러스는 통신3사는 물론 단말기 제조사, 금융사, 그리고 정부 유관 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민관협동 정보보안 협의체' 구성을 공식 제안했다. 이는 각자의 영역에서 흩어져 있는 범죄 정보를 한데 모아 국가적 차원의 '사기 범죄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의미다. 물론 기업 간의 이해관계와 데이터 공유의 민감성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사회 전체의 안전망을 만들자는 제안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홍 센터장은 "LG유플러스는 국내 기업 중 어느 곳보다도 빠르게 보안의 중요성을 실감하면서 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보안 수준을 높여 왔다"며 "LG유플러스는 물론 모든 주체들의 노력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주기적으로 만나고 대책을 공유하면서 모든 국민이 안전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보자"고 호소했다. 이는 한 기업의 보안 전략 발표를 넘어, 디지털 시대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어디까지 확장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