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소비자의 ‘역직구(해외 직접판매)’ 규모가 국내 소비들의 해외직접 구매의 2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한국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회원가입·결제 등 인프라 지원이 미흡해 시장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역직구 규모를 키우기 위해 국내 온라인 쇼핑몰의 회원 가입 간소화와 해외 간편지급 서비스 수용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은은 28일 이런 내용을 담은 BOK이슈노트 ‘외국인의 국내 상품 인터넷 직접 구매(역직구)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작성자는 김철 한은 결제정책부장과 김원익 결제연구팀 차장, 추승우 전자금융팀 차장, 이상아 결제연구팀 과장 등이다.

자료를 보면 해외 소비자들이 국내 상품을 직접 구입하는 역직구의 규모는 지난해 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3.3% 늘었지만 8조1000억원에 이르는 직구 규모와 비교해 5분의 1에 그친다.

국내 가요를 소재로 하는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를 무대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만들었지만 음식부터 언어, 장소까지 한국의 여러 요소를 담았다. 사진=넷플릭스 공식 홈페이지
국내 가요를 소재로 하는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를 무대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만들었지만 음식부터 언어, 장소까지 한국의 여러 요소를 담았다. 사진=넷플릭스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역직구 실적이 저조한 배경으로 국내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문제를 꼽았다. 우선 국내 전자상거래사 대부분은 법정 의무가 아님에도 회원가입 과정에 국내 개통 휴대폰을 통해 본인이 맞는지 확인하고 있다. 또 대금결제 시엔 페이팔(Paypal)이나 알리페이(Alipay)와 같은 간편지급 서비스를 허용하지 않아 외국인들이 사용하기 힘들다.

연구진은 외국인이 국내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더 많이 이용하게 하려면 회원가입 문턱을 해외 주요 플랫폼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해외 플랫폼에선 회원가입 신청자의 전자우편주소나 전화번호만 확인되면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더불어 역직구의 대금지급 편의성도 높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 발급 글로벌 카드나 국외 간편지급 서비스를 대금지급 수단으로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해외배송 뿐만 이나라 해외고객을 대상으로 교환·반품 서비스까지 처리해 주는 통합 물류 대행 서비스(Fulfillment) 등도 확충해 역직구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들은 국내 개통 휴대폰이 없이도 회원가입 시 법적으로 제약이 없음을 정부 차원에서 홍보해야 한다고 봤다. 아울러 민관 협력을 통해 글로벌 배송물류센터 등 제반 여건을 중소 전자상거래 플랫폼 등이 더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차장은 “국내 플랫폼을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표준)에 맞춰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 역할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