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관세 협상 시한을 앞두고 한미 양국이 막판 조율에 집중하는 가운데 정부가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MASGA)'라는 이름의 수십조 원 규모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를 미국 측에 파격적으로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의 자택을 방문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한미 조선 산업 협력 구상을 전달했다.

'MASGA'라는 명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치 구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에 '조선업(Shipbuilding)'을 더해 만든 것으로, 미국 측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단순한 협상 카드를 넘어 한미 관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신의 한 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관세 부과라는 위기를 양국 간 산업 및 안보 동맹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기회로 전환하려는 대담하고 통찰력 있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정관 장관이 미국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관 장관이 미국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의 언어로 소통…'MASGA'의 상징성
이번 제안의 백미는 단연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라는 이름 자체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슬로건인 'MAGA'를 차용한 것은 단순히 그의 환심을 사려는 제스처를 넘어선다는 분석이다. 한국이 미국의 정치적 맥락과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국정 목표를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미국의 이익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정교한 외교적 메시지라는 평가다. '관세를 면제해달라'는 수세적 요구가 아닌, '함께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자'는 능동적 제안을 통해 협상의 구도 자체를 바꾼 셈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5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의 자택에서 직접 패널까지 동원해 이 구상을 설명한 것은, 단순한 실무 협상을 넘어선 최고위층 간의 '담판'이었음을 시사한다. 협상 '키맨'인 러트닉 장관이 보인 '긍정적 반응'은 이러한 한국의 전략이 주효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美 아킬레스건 '조선업' 정조준…전략적 혜안

한국이 조선업을 지렛대로 삼은 것은 미국의 전략적 필요를 정확히 꿰뚫어 본 결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은 급팽창하는 중국의 해군력과 해상 물류 장악력에 심각한 안보 위협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미국의 조선 산업은 쇠락해 자국 해군 함정의 유지 보수조차 버거운 실정이다. '존스법(Jones Act)' 등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 했지만, 오히려 경쟁력 상실과 고비용 구조만 고착화됐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1위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갖춘 한국 조선업계의 투자는 미국에게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이는 단순히 일자리 창출을 넘어, 미국의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산업 기반을 재건하는 의미를 갖는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이 제시하기 어려운, 미국의 가장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독보적인 카드를 제시했다는 평가다.

수십조 원 패키지, 투자를 넘어선 '동맹'의 청사진

마스가 프로젝트는 한국의 민간 조선사들이 미국 현지 조선소에 직접 투자하거나 새로운 조선소를 건설하고 정부가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를 통해 수십조 원 규모의 금융을 지원하는 포괄적인 패키지다. 이는 단기적인 투자를 넘어, 한국의 자본과 기술, 생산 노하우가 미국 산업 생태계에 깊숙이 융합되는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한국은 관세 폭탄을 피하는 것은 물론 미국이라는 거대한 신규 시장에 진출해 방산 및 특수선(LNG 운반선 등)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은 자국 산업 재건과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라는 실리를 얻는다.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며 안보적 신뢰를 다지는, 한미 동맹의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이라는 분석이다. 관세라는 창과 방패의 싸움을 '함께 배를 만드는' 상생의 협력으로 이끌어낸 이번 제안의 최종 결과에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