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가 미국발 관세 부담과 글로벌 수요 둔화의 여파로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TV사업을 맡고 있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MS) 사업본부는 약 2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다.
반면,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전장사업과 냉난방공조(HVAC) 부문은 모두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두며 실적 방어에 기여했다. 하반기에도 가전 시장 경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익성이 높은 기업간거래(B2B)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관세 부담·시장 경쟁 심화…영업이익 ‘반토막’

LG전자는 25일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20조7352억원, 영업이익 6394억원의 확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 46.6% 감소한 수치다.
LG전자는 “전사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주요 시장 수요부진에 미국 통상정책 변화에 따른 관세 부담과 시장 경쟁심화 등 비우호적 경영환경이 이어지며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며 “물류비 등 전년 대비 증가한 비용 요인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사업별로 보면 생활가전(HS사업본부)과 전장(VS사업본부), 냉난방공조(ES사업본부) 사업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증가했다. 이들 사업본부는 나란히 2분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특히 전장 사업은 전 분기를 통틀어 역대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올렸다.
다만 MS사업본부는 영업손실 191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시장 수요 감소에 TV 판매가 줄었고,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한 판가 인하·마케팅비 증가 등이 수익성에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이날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관세 비용 부담과 TV 사업의 성장 수요 정체 및 경쟁 심화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며 “3분기에는 본격화되는 미국 관세 정책 영향과 소비 심리 위축 우려,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 요인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글로벌 생산기지 최적화 등 시나리오별 대응을 통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면서 “각 지역·세그먼트별 특화된 대응 전략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보급형 시장 또한 적극 공략해 매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하반기 전망 먹구름…유연성 확보할 것”

관세 여파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하반기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철강 관세 50%와 상호 관세에 의한 제품 원가 상승으로 시장 가격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며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변동성과 소비 심리 위축에 대한 우려가 지속돼 가전 수요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편 관세 상황에서는 현재의 생산지의 공급 체계를 유지하되 미국 권역별로 제품 공급지를 운영할 예정”이라며 “세탁기의 경우 9월부터 멕시코 멕시칼리 지역에 생산지를 추가 운영해 관세 대응의 유연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별 관세 협상 완료와 8월 1일 자 상호 관세가 발효가 된다면 미국과 멕시코 생산지에서의 공급을 확대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제품 가격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미국 관세 정책의 변화, 경쟁 동향 등 여러 관점을 충분히 고려해 유통과 협의하면서 신중하게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MS사업본부는 제품 간 시너지 창출에 노력하는 한편, 웹OS 생태계 확장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사우스 지역 공략을 가속화하고 게임, 예술 등 다양한 신규 콘텐츠 확대로 웹OS 플랫폼 경쟁력도 꾸준히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질적성장 기반 포트폴리오 전환 속도”

LG전자는 B2B, 구독, 소비자직접판매(D2C)로 대표되는 ‘질적성장’ 영역에 집중하며 사업 펀더멘털을 견고히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전장과 HVAC, 부품 솔루션, 스마트팩토리 등 B2B 매출액은 6조2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 성장했다. 가전구독 사업의 매출액은 같은 기간 18% 늘어 올해 2분기 6300억 원을 기록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사업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과 정기 협의체를 구성,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도 다양한 사업기회를 확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여러 지역, 다양한 업체들과 사업적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수주 실적은 전년 대비 3배 수준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의 쿨링 솔루션 분야에 대해서는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 제품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기존 공냉식 칠러 솔루션에 더해 AI 데이터 센터 수요를 겨냥한 고효율 액체 냉각 솔루션을 개발 완료해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I·로봇 분야 사업 역량도 강화한다. LG전자는 베어로보틱스를 통해 상업용 로봇 사업 성장을 가속화하는 한편, 생산기술원의 스마트팩토리 사업과 연계해 산업용 로봇 분야 역량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회사 관계자는 “AI·로봇 관련 연구 개발과 오퍼레이션, 인프라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며 “직접 개발과 오픈 이노베이션, 벤처 투자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하반기에도 가전 수요 회복 지연과 경쟁 심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구독 사업 강화·온라인을 활용한 D2C 사업 확대 등으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며 “미국 관세 대응 차원의 원가경쟁력 개선 등 수익성 확보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