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의 신화에 기대어 온 크래프톤이 마침내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대형 승부수를 던졌다. 크래프톤은 북미의 유망 게임 개발사 ‘일레븐스 아워 게임즈(Eleventh Hour Games)’의 지분 100%를 약 1324억원(9597만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는 단순한 스튜디오 하나를 사들인 것을 넘어 크래프톤의 미래 전략 방향을 명확히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일레븐스 아워 게임즈는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라스트 에포크(Last Epoch)’의 개발사다. 라스트 에포크는 ‘디아블로’와 ‘패스 오브 엑자일’이 양분하고 있는 글로벌 액션 RPG 시장에서 깊이 있는 스킬 시스템과 높은 완성도를 바탕으로 틈새를 파고들어 전 세계 누적 판매량 300만장을 돌파한 검증된 지식재산권(IP)이다.

크래프톤의 이번 결정은 고질적인 ‘원 IP 리스크’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김창한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로 풀이된다. 그동안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라는 거대한 성공에 힘입어 성장했지만 동시에 단일 IP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숙명과 같은 과제였다. 이번 인수로 크래프톤은 슈팅 장르를 넘어 글로벌 팬층이 두터운 액션 RPG 장르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진정한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으로의 도약을 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크래프톤이 라스트 에포크를 선택한 것은 탁월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라스트 에포크는 열정적인 소규모 개발자들이 모여 만든 게임으로 시작했지만 커뮤니티 중심의 개발 철학을 바탕으로 충성도 높은 팬덤을 구축했다.
여기에 크래프톤이 보유한 막강한 자본과 글로벌 퍼블리싱 및 라이브 서비스 역량이 결합될 경우 그 파급력은 상당할 전망이다. 당장 콘솔 플랫폼 확장과 안정적인 시즌제 콘텐츠 운영이 가능해져 기존 강자들을 위협할 만한 잠재력을 갖추게 된다.
크래프톤은 인수 이후에도 기존 경영진 중심의 독립적인 운영 체제를 보장하며 개발사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개발사의 고유 색채를 유지하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성숙한 인수합병 모델을 보여준다.
저드 코블러 일레븐스 아워 게임즈 대표는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갖춘 크래프톤의 지원을 통해 라스트 에포크 프랜차이즈가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혜리 크래프톤 기업개발본부장은 “일레븐스 아워 게임즈는 커뮤니티 중심 개발 철학으로 글로벌 팬층을 형성해온 개발사”라며 “이번 인수를 통해 장르 다변화와 새로운 프랜차이즈 확장 기반을 마련하고 플레이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개발사를 지속적으로 지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