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빌라 역전세 발생 비율. 사진=집토스
전국 빌라 역전세 발생 비율. 사진=집토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가격 상승 흐름을 보인 아파트와 반대로 전국 빌라 시장에서는 3채 중 1채가 전셋값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2023년 상반기와 올해 상반기 지하층을 제외하고 1건 이상의 전세 거래가 있었던 전국 연립·다세대 1만4550개의 실거래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동일 평형의 전세 계약 중 4641개(31.9%)에서 전세 보증금이 떨어졌다.

지역별로 평균 전세가 하락은 지방 광역시에서 두드러졌다.

인천의 연립·다세대 전세가는 2년 전 대비 평균 7.0% 하락했다. 대구 역시 9.7% 급락했다. 그 외 부산(-3.5%), 대전(-4.3%), 세종(-5.2%) 등 주요 광역시에서도 하락세가 뚜렷했다.

반면 서울은 2.4% 경기는 0.5%로 소폭 상승하며 수도권 내에서도 온도 차를 보였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 평균 상승률이 11.7%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인천의 경우 '역전세 발생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70.2%로 나타났다. 빌라 전셋값이 하락한 대구(64.3%), 부산(48.0%), 대전(44.1%) 등도 높은 역전세 발생 비율을 기록했다.

전국에서 역전세가 발생한 연립·다세대의 평균 보증금은 2년 간 1억8268만원에서 1억6518만원으로 1751만원(-10.3%) 하락했다. 광주광역시는 역전세가 발생한 연립·다세대 평균 보증금 하락 금액이 3364만원에 달해 전국에서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대구(-2524만원), 제주(-3750만원) 등도 높은 하락액을 기록했다.

수도권에서는 서울(-1800만원)과 경기(-1786만원) 모두 역전세가 발생한 집주인이 평균 1800만원에 가까운 보증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나 보증금 반환 리스크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아파트 시장은 매매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전세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오르고 세입자의 보증금 부담이 커진 반면, 빌라 시장은 전세사기 여파 등으로 수요가 위축되며 전세가 하락, 보증금 반환 리스크가 커지는 정반대 상황에 놓였다고 집토스는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발표된 6·27 부동산 대책이 향후 연립·다세대 시장의 전세가 하방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책에는 청년·신혼부부·신생아 버팀목 전세대출의 한도를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상품에 따라 한도가 적게는 40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까지 줄면서 이들 대출을 주로 이용해 보증금을 마련하던 빌라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졌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현재 임대차 시장은 아파트와 빌라가 전혀 다른 길을 걸으며, 세입자와 집주인이 서로 정반대의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며 "특히 빌라 시장의 역전세 문제는 보증금 반환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