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마곡본사. 사진=LG이노텍
LG이노텍 마곡본사. 사진=LG이노텍

LG이노텍이 올해 2분기 매출 3조9346억원, 영업이익 114억원을 기록했다고 23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6%, 영업이익은 92.5% 감소한 수치다.

LG이노텍 관계자는 “비우호적 환율과 대미(對美) 관세 리스크에 의한 1분기 풀인(선구매) 수요 등 대외 요인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반기는 주요 고객사 신모델의 양산이 본격화하며, 카메라 모듈을 비롯해 RF-SiP 등 통신용 반도체 기판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차량 통신·조명 등 기존에 수주했던 고부가 전장부품의 매출 실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각 부문별 대비 극명

사업 부문별로 보면 광학솔루션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17.1% 감소한 3조52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는 26.2% 줄었다. 통상적인 계절적 비수기에 진입한데다 환율 하락, 관세 리스크로 인한 1분기 풀인 수요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기판소재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416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분기 대비 10.4% 증가한 수치다. RF-SiP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기판의 안정적 공급이 매출을 견인했다는 설명이다.

전장부품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6.2%, 전분기 대비 0.4% 감소한 465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기차 등 전방 산업의 성장세 둔화로 매출 성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차량 통신 및 조명 모듈 등 고부가 제품의 매출과 비중이 모두 늘었다.

LG이노텍은 “전장부품사업은 차량 통신·조명 등 고부가 부품의 매출 비중 확대와 함께, 글로벌 생산체계 최적화, 공정 혁신 등 원가 경쟁력 제고 활동을 통해 수익성을 꾸준히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빛과 그림자

LG이노텍의 전망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먼저 하반기 실적 반등을 기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최대 고객사인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 출시다. 통상적으로 신형 아이폰이 출시되는 하반기는 LG이노텍의 최대 성수기로 꼽리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출시될 신형 아이폰 시리즈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LG이노텍의 주력 사업인 광학솔루션 부문의 실적 개선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일부 증권사 리포트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아이폰 카메라 모듈 공급망 내에서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도 견조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2025년 하반기 기준 고객사 내 점유율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아이폰 신제품 출시에 따른 수혜를 예상했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사업의 꾸준한 성장세도 긍정적인 신호다. LG이노텍은 차량용 카메라 모듈, 통신 모듈 등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차량 내 아동 방치나 강도 침입 등을 감지하는 레이더 기술과 디지털 키 등 혁신 기술을 선보이며 미래차 부품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신사업 분야에서의 성과는 장기적으로 아이폰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LG이노텍은 FC-BGA, 차량 AP 모듈과 같은 반도체용 부품, 차량용 센싱·통신·조명 등 모빌리티 부품과 로봇 부품까지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고,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여세를 몰아 수익성도 지속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하반기 베트남, 멕시코 신공장 증설 완료를 기점으로 전략적 글로벌 생산지 운영을 가속화하는 한편, AX 도입 확대 등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밝은 전망의 이면에는 짙은 그림자도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아이러니하게도 높은 애플 의존도다. 

LG이노텍의 전체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으로 아이폰의 판매 실적에 따라 회사 전체의 실적이 좌우되는 구조다. 만약 아이폰 17의 판매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LG이노텍의 실적은 예상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계절적 비수기에 더해 원화 강세와 같은 환율 문제, 미중 관세 협상과 관련된 불확실성 등이 겹치면서 일부에서는 광학솔루션 사업부의 영업손실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단기적인 실적 악화는 하반기 실적 회복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애플 공급망 내에서의 경쟁 심화도 무시할 수 없는 위협 요소다. 무엇보다 중국 업체들이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애플 공급망 진입을 시도하고 있어 과거와 같은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부품 단가 인하 압력으로 이어져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LG이노텍의 하반기는 '아이폰 17'이라는 강력한 엔진을 달고 비상을 준비하는 동시에, '애플 리스크'와 각종 외부 위협이라는 난기류를 마주했다. 그런 이유로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실적 변동성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전장 사업과 XR 글래스, 로봇 등 신사업으로의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기업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