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그래픽 사진, [출처=케이티이미지뱅크]
ETF 그래픽 사진, [출처=케이티이미지뱅크]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수가 처음으로 1000개를 넘어섰다.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총액도 지난 1년 새 40% 이상 불어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다만, 잘 팔리는 ETF를 따라 베끼며 보수 인하 경쟁에 치중하다보니 소비자 선택이 제한되고 상품 안정성도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는 총 1002개다. 2002년 ETF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 지 23년 만이다.

이날 하루에만 △더제이중소형포커스액티브 △KODEX TDF2060액티브 △KIWOOM미국테크100월간목표헤지액티브 △1Q미국메디컬AI △ACE미국10년국채액티브 △ACE미국10년국채액티브(H) △PLUS미국로보택시 등 7개 ETF가 새로 상장됐다.

ETF 수는 2023년 11월 21일 800개, 같은 해 10월 15일 900개를 각각 넘어선 뒤 9개월 만에 1000개를 돌파했다. 특히 작년 7월 말 873개에서 올해 7월 1002개로 약 15% 늘었다.

순자산총액도 같은 기간 156조7850억원에서 221조8870억원으로 42% 증가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2023년 6월 처음으로 100조 원을 돌파한 뒤 2년여 만에 2배 이상 급증했다. 올 들어서는 국내 증시가 고공 행진한 영향으로 6개월여 동안 순자산이 50조원 가까이 늘었다.

다만 이같은 가파른 성장의 이면에는 시장 규모에 비해 ETF 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글로벌 ETF 리서치 기관 ETF GI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 세계에 상장된 ETF 수는 1만 2081개로 이 중 국내 ETF의 비중은 약 8%다. 하지만 순자산 기준으로 봤을 때 국내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1% 안팎에 불과했다.

자산운용사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같은 테마의 ETF가 우후죽순 상장하는 현상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때 인기에 편승해 나온 테마 ETF 들은 금방 시장 경쟁력을 잃었다.

2021년과 2022년 메타버스 ETF 8종이 대거 상장했으나, 현재 5개만 상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중 2개는 일일 거래량이 1000좌도 되지 않는다.

자산운용사들이 잘 팔리는 ETF를 따라 만들며 차별화 대신 보수 인하 경쟁에만 치중한다는 지적도 이어져 왔다. 결국 ETF 상품 수는 증가하지만, 정작 수익성은 크게 성장하지 않는 것이다.

비슷한 ETF 상품이 난립하면서 투자자의 선택도 어려워졌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AI(인공지능) 관련 ETF는 36개, 2차전지 관련 ETF는 17개, 금 관련 ETF는 10개에 달한다. ETF는 1002개지만 기초지수기초지수는 743개뿐이다. 그만큼 중복되는 기초지수가 많다.

국내 자산운용사 간 과도한 MS 경쟁도 시장 발전을 막아서는 한 요인이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단기 성과에만 매몰돼 짧은 기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집중 투자' ETF를 쏟아내다 보니 상품 안정성은 떨어지고 변동성은 심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달 21일 기준 한국거래소가 분류한 변동성 등급 중 가장 높은 단계인 '매우 높음'을 부여받은 ETF는 총 415개로 전체의 41.71%에 해당한다.

거래소는 조회 기준일로부터 최근 1년간 ETF의 일간 수익률 표준편차를 연율화해 '매우 낮음(10% 미만)'부터 '매우 높음(25% 이상)'까지 5단계로 나눠 분류한다.

변동성 등급 '높음(20% 이상 25% 미만)'을 부여받은 ETF 수는 251개로 다음으로 많았다. 국내 ETF 10개 중 약 7개가 변동성 등급 '높음' 이상을 부여받은 셈이다.

상품 간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실제 전날 기준 순자산 총액이 50억 원을 넘지 못하는 ETF 수는 55개다. 특정 기간 순자산 총액이 50억 원을 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 종목으로 지정된다.

운용 업계가 흥행 마지노선으로 평가하는 500억원 미만으로 범위를 넓힐 경우 해당되는 ETF 수는 무려 562개로 전체의 56%에 달했다. 사실상 ETF 둘 중 하나는 투자자들의 관심 밖에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