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십수 년간 다져온 독자적인 미디어 기술력에 인공지능(AI)을 전면 결합해 글로벌 플랫폼에 맞선다. 텍스트 중심의 블로그 콘텐츠를 숏폼 영상으로 자동 변환하고 버추얼 스트리머를 위한 전문 스튜디오를 제공하는 등 창작의 전 과정을 지원해 네이버 생태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네이버는 16일 테크 포럼을 열고 사용자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이머시브 미디어 플랫폼’ 전략을 공개했다. 핵심은 ▲미디어 AI ▲XR 스튜디오 ▲버추얼 스트리밍 기술을 융합한 '비전 테크 트라이앵글'이다.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오토클립Ai(AutoClipAi)'다. 이는 멀티모달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 블로그의 글과 사진을 분석하고 맥락에 맞게 요약해 자동으로 숏폼 영상을 제작해주는 기술이다. 어울리는 배경음악과 화면 효과까지 AI가 알아서 적용한다. 네이버의 최대 자산인 방대한 블로그 창작자들이 손쉽게 영상 콘텐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사진=네이버
사진=네이버

이번 발표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 네이버의 깊은 전략적 고민을 담고 있다. 유튜브와 틱톡이 주도하는 글로벌 동영상 시장에서 네이버는 '창작자 지원'이라는 차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플랫폼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콘텐츠 기획과 생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해 창작자들을 네이버 생태계 안에 묶어두겠다는 '락인(Lock-in)' 전략이다.

이를 위해 영상의 내용을 AI가 분석해 자동으로 챕터를 나누는 '오토 챕터' 기술과 영상의 분위기 장소 등을 데이터로 만들어 추천 정확도를 높이는 'MUAi' 플랫폼도 연내 확대한다.

이러한 비전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네이버는 1784 사옥에 영화 제작 수준의 가상 배경을 제공하는 '비전스테이지'와 3D 버추얼 스트리머를 위한 '모션스테이지'를 구축했다. 특히 모션스테이지를 활용한 프로젝트가 큰 호응을 얻으며 타 플랫폼의 유명 버추얼 스트리머들이 '치지직'으로 대거 이적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네이버의 기술력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라이브 스트리밍 앱 '프리즘 라이브 스튜디오'는 전체 이용자의 90%가 해외 사용자일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전 세계 동종 앱 다운로드 점유율 약 47%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 이머시브 미디어 플랫폼 김성호 리더는 “네이버는 곧 도래할 VR 기기 대중화 시대를 맞이하여 XR 관련 미디어 기술력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이번에 선보인 비전 AI 창작 기술들의 고도화를 통해 네이버의 주요 서비스 분야에서 창작의 활성화를 이끌고 사용자들에게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생생한 미디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