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국내 유망 딥테크 스타트업의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17일 밝혔다.

전날인 16일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 애스턴홀에서 열린 'KSF IR Day with British Embassy' 행사는 단순한 기업설명회(IR)를 넘어섰다. 이는 한국의 최첨단 기술 기업들이 북미 시장을 넘어 유럽의 심장부인 영국을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삼으려는 전략적 움직임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번 행사는 컴업(COMEUP) 2025의 사전 프로그램으로 국내 딥테크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역량 강화와 유럽 시장과의 실질적 연결을 목표로 했다. 코스포는 주한영국대사관 및 영국 국제통상부와 공식 교류 채널을 구축하며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외연을 유럽으로 확장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무엇이 이들을 영국으로 이끄는가. 이는 영국이 가진 스타트업 생태계의 강력한 힘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토니 클렘슨 주한영국대사관 산업통상부 상무 참사관은 “영국은 1조1천억달러 이상의 가치와 150개 이상의 유니콘 25000개 이상의 투자 유치 스타트업을 보유한 유럽 최대이자 세계 3위의 스타트업 생태계”라며 “자본 인재 글로벌 시장 접근성 측면에서 탁월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더 이상 실리콘밸리만이 유일한 해답이 아님을 시사한다.

이날 IR 피칭 무대에 오르기 위한 경쟁은 치열했다. AI 로봇 헬스케어 등 첨단 기술 분야 스타트업 77개 팀이 지원해 약 1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단 6개사만이 기회를 얻었다. 우수한 평가를 받은 메디올로지 세븐포인트원 큐빅 에이트테크 스튜디오갈릴레이 포트래이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모든 발표를 영어로 진행하며 기술력은 물론 글로벌 소통 능력까지 증명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최종 우승의 영예는 AI 바이오 기업 포트래이에게 돌아갔다. 포트래이는 AI 기반 공간전사체 기술이라는 복잡한 개념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이를 통해 신약 개발의 효율성과 정밀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우위를 넘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바이오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이러한 전략적 목표를 명확히 보여준다. 컴업 2025 전시부스 지원과 함께 '런던 테크위크 2026' 참가 기회 영국 현지 투자자 및 파트너 기관과의 비즈니스 매칭이 제공된다. 이는 단순한 상금이 아닌 영국 시장에 직접 진출할 수 있는 실질적인 '티켓'인 셈이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영국 정부의 GEP(글로벌 기업가 프로그램)를 통해 현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센스톤의 영국 법인 스위치(swIDch) 사례가 공유돼 큰 주목을 받았다. 오수현 스위치 Chief of Staff는 현지 법인 설립부터 네트워킹 투자 유치 등 실제 경험을 공유하며 후발 주자들을 위한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는 '먼저 간 선배'가 '다음에 올 후배'를 위해 닦아놓은 길과 같아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심사를 맡은 노석훈 굿띵스 파트너 박종한 스파크랩 상무 이태규 우리벤처파트너스 팀장은 영국 시장 진입 가능성 글로벌 확장성 기술의 차별성 등을 종합 평가하며 유럽 진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최지영 코스포 상임이사는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은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이라며 “영국 정부와 함께 우수한 한국의 혁신 자원들을 발굴하고 세계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어 뜻깊었고 컴업을 필두로 다양한 실전 중심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우리 스타트업이 세계 주요 시장에서의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내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의 혁신 기술이 내수 시장이나 특정 국가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경제의 주요 축인 유럽으로 뻗어 나가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