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사망 선고 집회하는 티메프 피해자들. 사진=연합뉴스
전자상거래 사망 선고 집회하는 티메프 피해자들. 사진=연합뉴스

티몬의 영업 재개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지만,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산은 단연 ‘판매자 모집’이다. 통상적으로 판매 상품의 다양성은 온라인 플랫폼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수십억 원의 피해를 본 판매자들은 티몬의 재입점을 망설이고 있다. 이에 티몬은 업계 최저 수수료, 익일 정산 시스템 등 파격적인 조건을 앞세워 판매자 모집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피해 판매자, 법원 판결에 ‘울분’

지난 20일 진행된 티메프사태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 현장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서다예
지난 20일 진행된 티메프사태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 현장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서다예

앞서 지난 6월 20일 서울회생법원이 티몬의 회생계획안 심리·결의를 위한 관계인 집회를 열었다. 집회 결과, 중소상공인과 소비자가 포함된 상거래채권 회생채권자 조의 동의율은 43.48%에 그치며 회생 계획이 부결됐다. 원칙적으로 회생계획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각각 회생담보권자 조 중 4분의 3, 회생채권자 조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법원은 “회생계획안이 상거래채권 회생채권자의 조에서 법정 다수의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고 하더라도 청산가치 보장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는 점과 회생채권자의결권 총액의 절반 이상(59.47%)이 회생계획안에 동의하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했다”라며 회생안을 강제 인가했다.

이 같은 법원의 결정에 티몬 입점 업체들은 ‘날벼락을 맞은 것 같다’라는 입장이다. 오아시스가 티몬을 인수하며 유동성 문제를 일으킨 티몬은 사라질 위기에서 가까스로 살아났으나, 티몬의 채권 총액인 1조2000억원 중 회생채권 중 변제율은 0.76% 그치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티메프 사태로 인한 피해 판매자는 5만6000여명, 피해 업체는 4만8124곳이다. 아울러 두 회사의 미정산 금액은 무려 1조2789억원에 달한다.

피해 판매자들은 티메프사태 발생 후 1년이 지났지만, 현행 구조는 바뀌지 않았으며 책임은 입점 판매자들이 오롯이 감당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티메프사태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주정연 검은우산피대위 소비자 대표는 “사태 발생 이후 정부는 국회 간담회와 부처 간 소통을 통해 특별법 제정을 통한 지원 조치 등 다양한 약속을 이야기했지만, 지금까지 이행률은 5.6%”라며 “그 중 실효성 부족이 63.9%, 미이행 11.1%, 안내와 답변 부족이 19.4%에 이른다”라고 토로했다.

피해 사례 발표도 이어졌다. 박수민 에이치엠그룹 대표는 울음을 참아가며 “젊은 친구들끼리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사업이 6개월 만에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라며 “플랫폼 사 중심의 구조는 피해 기업을 이중으로 짓눌렀다”라고 말했다.

이준 두근컴퍼니 대표도 “티메프 사태로 2억원의 피해를 봤다”라며 “지금은 빚만 남아서 모든 사업이 전부 원점으로 돌아갔다”라고 밝혔다. 이어 “0.76%의 변제율이라는 건 정산금 1억원 저희가 받을 수 있는 돈은 고작 75만원인 것으로 사실상 저희에게는 전액 손해인 상황”이라며 “이 회생 제도 자체가 가해자들을 위한 제도로 피해자는 권리 제도 밖이라고 보여진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정부에 ▲정부 주도의 선구제, 후구상 체계 구축 ▲온라인 유통 기반 사업의 과세, 지원체계 전면 개선 ▲안전한 정산 구조를 위한 제도적 장치와 법률적 근거 마련 ▲회생제도의 실효성 점검과 회생 피해기업의 연쇄 피해 방지 제도 마련 등을 촉구했다.

티몬, 최저 수수료·익일 정산 내걸어

티몬이 내건 판매자 입점 혜택. 사진=티몬 홈페이지 갈무리
티몬이 내건 판매자 입점 혜택. 사진=티몬 홈페이지 갈무리

피해 판매자들의 거센 반발에 운영 재개를 앞둔 티몬의 행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통상적으로 이커머스의 경쟁력은 다양한 상품에 있기 때문이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마트,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달리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특정 물건이 필요해서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찾는 상품이 없으면 1초 만에 다른 사이트로 옮겨간다”라며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물건이 적은 사이트’라는 인식이 굳어지고, 이는 이커머스에 치명적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일부 피해 판매자들은 티몬으로의 재입점을 강력하게 거부하고 있다. 특히, 피해 금액이 수십억에 달하는 고액 피해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티메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인 검은우산비대위 소속의 한 피해 판매자는 “녹록지 못한 상황에 처음에는 티몬 재입점을 고려하기도 했다”라면서도 “플랫폼에 입점할 때 통상 MD의 영업력을 보고 입점을 결정하는데, 운영 재개를 앞두고 재질문을 하지 않으면 오픈 일정, 수수료 등에 대해 설명해 주지 않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돌렸다”라고 털어 놓았다.

그러면서 “이미 신뢰를 잃었는데 또 이런 일을 당하니 신뢰가 쌓이지 않는다”라며 “관리가 안 되는 채널을 늘릴 바에는 아예 입점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자 티몬을 인수한 오아시스 측은 ‘업계 최저 수수료’와 ‘구매 확정 후 익일 정산 시스템’을 즉시 도입해 판매자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먼저 수수료는 3~5%로 업계 최저 수준으로 설정했다. 기업의 매출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통상적으로 PG사(전자결제대행사)에 내는 수수료가 3%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수익을 포기하는 정도의 비율이다.

실제 다른 기업들의 평균 수수료율도 밑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이커머스 업계의 평균 판매 수수료는 14.3%이다. 주요 이커머스의 플랫폼의 평균 수수료는 ▲SSG닷컴(18.8%) ▲11번가(12.5%) ▲쿠팡(12.3%) ▲G마켓(11.7%) ▲ 네이버(6.3%) 등이었다. 

정산시스템의 경우 최근 티몬을 비롯해 홈플러스, 발란 등 유통 채널들의 정산 지연이 잇따르며 판매자들을 중심으로 빠른 정산을 선호하는 추세가 강해지는 가운데, 이를 통해 판매자 신뢰도를 회복하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오아시스는 추가로 투자하는 500억원을 익일 정산시스템 운영에 우선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는 오아시스의 무차입 경영 기조를 티몬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피해 판매자들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기존 판매자의 피해를 오아시스 차원에서 모두 감당할 수는 없다”라며 “이런 지원책을 통해 최대한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티몬의 판매자 모집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이달 11일 운영 재개를 밝힌 것은 운영에 필요한 판매자 확보는 이미 마쳤다 뜻이라는 설명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입점을 마친 판매자 중 대부분은 기존 티몬 판매자인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티몬 운영 재개를 앞두고 이커머스 업계에는 티몬의 회생은 장기적으로 지켜볼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오아시스에서 내건 익일 정산 시스템은 이미 네이버, 11번가 등 다른 플랫폼들에서 도입해 운영 중인 시스템으로 해당 조건이 얼마나 큰 효과를 가질지 의문이다”라며 “판매자, 소비자의 신뢰를 모두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만큼 당장 몇 달 안의 성과보다는 중장기적인 추이를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이커머스 시장 전체가 어려운 가운데 티몬이 회생한 것에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라면서도 “플랫폼에는 판매자도 고객인 만큼 세부적인 조항 하나까지도 세심히 신경 쓰느냐에 따라 입점 여부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이트 운영 재개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 과연 티몬이 기존 판매자들의 불신을 딛고 얼마나 많은 이들과 함께 새출발을 시작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