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본점. 출처=각사
5대 은행 본점. 출처=각사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자금 비중을 줄이고 인공지능 등 미래산업 투자로 시중 유동성을 유도하기 위한 자본규제 개편에 착수했다.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을 현행 규제보다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정책펀드에 대한 특례 적용 기준을 명확히 함으로써 민간 투자 확대를 유도할 방침이다.

13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자본비율 규제 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며, 주담대 중심의 자금 흐름을 혁신산업으로 돌리는 방향을 중점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는 6·27 가계대출 규제에도 부동산 시장의 불안 요인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을 현행 15%에서 25%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위험가중치는 대출금 회수 가능성에 따라 설정되는데, 이 비율이 높을수록 은행의 자기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커진다.

현재 주담대는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으로 분류돼 낮은 위험가중치가 적용되고 있다.

금융위는 은행들의 안정적인 예대마진 위주의 영업 관행이나 규제 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중이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정책펀드나 모험자본 등 생산적 분야에 시중 자금이 더 많이 투입될 수 있도록 위험가중치 특례 규정을 명확히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은행이 펀드나 지분에 투자할 경우 원칙적으로 위험가중치 400%가 적용되고 있으나, 정부 재정이 일정 수준 이상 출자한 정책펀드에는 100%로 낮출 수 있는 특례가 있다.

금융위는 이 특례 적용 요건을 사전 명시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민간 자금 유입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특례 적용을 위해 사례별로 하나씩 검토하는 형식이라면, 명확한 기준을 제공해 정책 펀드에 민간 자금이 신속히 집행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방향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100조원 펀드'와도 맞닿아 있다.

정부는 50조원 규모의 첨단산업기금을 모펀드로 설정하고, 민간 및 일반 국민 투자로 자펀드를 조성해 AI, 바이오, 에너지 등 첨단전략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같은 첨단전략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데, 은행 자본 규제상 펀드나 지분 투자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100%로 낮춰 적용받게 되면 시중은행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기대다.

아울러 금융위는 벤처캐피탈 투자에 대해 장·단기 투자를 구분하고, 중장기 투자의 경우 별도 분류해 위험가중치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는 그간 전략적 장기투자인 벤처투자까지 일괄적으로 400%의 높은 위험가중치를 적용받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해 왔다.

다만 금융당국의 자본규제 개편이 자칫 건전성 감독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위 TF에 금융감독원이 참여하지 않고 있는 점도 향후 쟁점이 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글로벌 기준 범위 내에서 자본규제를 정비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건전성 규제 수단을 정책적 목적에 사용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며 "향후 금감원과 협의 과정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